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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반석 청정바다… 자연 그대로 살린 ‘명품’ 프로젝트

입력 | 2017-11-08 03:00:00

[2017 SEA FARM SHOW/바다가 미래다]<2> 미식 끝판왕의 비결




3일 전남 완도군 신지면 구현수산에서 직원들이 커다란 광어가 자라고 있는 수조를 청소하고 있다. 전남 지역 광어 양식장들은 신선하고 깨끗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자동 바닥세척기 등 다양한 첨단 장치 도입을 추진 중이다. 완도=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3일 오전 전남 완도군 신지면 송곡리 구현수산. 직원 2명이 100m² 크기의 광어 수조 바닥을 청소하고 있었다. 수조에는 2년생 2kg짜리 광어(넙치) 1000여 마리가 힘차게 헤엄치고 있었다. 정구현 구현수산 대표(46)는 “완도 광어는 쫄깃쫄깃한 맛에 미식가들이 최고로 쳐 주는 명품”이라고 말했다.

고운 모래로 유명한 명사십리 해수욕장이 있는 신지도는 2005년 신지대교로 연결돼 육지가 됐다. 정 대표는 “양식장 앞바다 1km 정도의 바닥은 갯벌과 자갈, 맥반석이 골고루 섞여 있어 바지락과 멸치 문어가 많이 잡힌다. 명품 광어의 첫 번째 비결은 살아 있는 청정 바다”라고 강조했다.

○ 천혜의 자연을 그대로 살린 양식 환경

남녘 끝자락 완도는 유인도 55개와 무인도 210개로 이뤄진 섬 지역이다. 리아스식 해안선 길이가 852.97km에 달하고 해저층은 갯벌, 맥반석, 자갈 등 다양한 지질로 구성돼 있다. 완도 바다는 국내에서 가장 다양한 바다생물 2200여 종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다. 해안마다 갯벌이 있지만 맥반석 덕분에 바닷물은 청해진(淸海鎭)으로 불릴 정도로 푸르고 해조류가 숲을 이룬다.

완도 지역은 1990년대 중반부터 광어를 육상 양식장에서 키웠다. 현재 양식장 148곳은 육지에서 200m 떨어진 곳의 심층수를 끌어와 쓰고 있다. 오염물질 정화 기능이 있는 갯벌과 해조류 덕분에 광어 폐사율은 10%가량에 불과하다. 또 바닷물 속 영양염류가 많아 광어의 자연 먹이가 풍부하다.

난류성 해류가 흐르는 완도 바다 수온은 여름철 26∼27도, 겨울철 7∼8도 정도다. 온대성 어종인 광어는 24∼25도의 수온에서 가장 자란다. 완도 광어는 사계절 수온 변화를 자연 상태 그대로 느끼며 자란다. 그만큼 맛도 차지다.

완도에서는 지난해 광어 1만2000t을 생산했다. 매출은 1460억 원. 완도 광어는 전국 생산량의 40% 가까이 차지한다. 뛰어난 육질 덕분에 타 지역보다 kg당 1000∼1500원을 더 받는다. 백철호 전남서부어류양식수협 상무(51)는 “완도 광어는 1년 내내 청정 바닷물을 끌어와 자연 상태처럼 양식해 육질이 쫀득쫀득하다. 그래서 가격이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정 양식이 아무 노력 없이 유지되는 게 아니다. 어민들은 민간단체인 바다지킴이 365기동대를 운영 중이다. 각종 오염원을 제거하기 위한 5개년 계획까지 수립해 추진 중이다. 전남서부어류양식수협은 광어를 재활용해 만든 유기질비료로 환경오염을 방지하고 수익도 올리고 있다. 올해는 유기질 비료 기계를 교체하고 냉동창고도 갖췄다.

○ ‘ICT 양식’ 첫발…종자 경쟁력 확보 시급

이날 오후 완도군 군외면 달도 범흥수산. 광어 양식장 수조에서 자동 바닥세척기 성능 시험이 한창이었다. 김양곤 전남서부어류양식수협 조합장(58)은 “양식장 자동화를 통해 근로자들의 수고로움을 줄이고 싶다”고 했다.

완도 지역 광어 양식업 회원 240명이 참여하는 전남서부어류양식수협은 2014년부터 완도 명품 광어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무항생제 시대를 열었다. 300∼500g의 광어에 접종하는 백신(개당 138원)은 다양한 질병을 예방하고 면역력도 높인다. 노태헌 고려수산 대표(66)는 “백신 공급 후 항생제 사용이 없어지고 폐사도 줄어 생산량이 10∼20% 늘었다”고 말했다.

광어 양식장들은 여름철 뜨겁게 달궈진 바닷물에 광어가 스트레스를 덜 받도록 액화산소를 공급한다. 또 조수 간만 차가 클 때는 양식장 바닷물 유입량을 조절하는 장치(인버터)를 작동한다. 겨울철에는 차가운 바닷물을 히트펌프라는 대형 전기온수기로 수온을 4, 5도 올려 공급한다. 완도 광어 양식장들은 정보통신기술(ICT)이 결합된 첨단 양식업을 향해 이제 첫발을 내디뎠다.

완도 광어는 사계절 바닷물의 수온 변화로 봄부터 가을까지 쑥쑥 크고 겨울에는 체형만 유지한다. 자연 환경과 유사한 양식은 걸림돌이 많다. 최대한 자연 환경에 가깝게 양식돼 타 지역보다 성장이 2, 3개월 늦다. 광어 크기별로 적합한 수온 등이 다르기 때문에 대형 수조 양식도 어렵다.

어민들은 아직도 고등어나 전갱이 민대구 등 생선사료를 선호한다. 생선사료는 성장률이 높고 겨울을 잘 견디게 해준다. 이와 비슷한 효과의 배합사료가 개발된다면 오염물질도 줄이고 전기·인건비 절감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성 전남서부어류양식수협 과장(44)은 “수온 변화가 큰 완도 양식장에서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그대로 살리면서 조금씩 첨단 기술을 적용하려 한다. 정부가 광어 종자와 품질 좋은 사료 개발에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을 보내야 한다”고 당부했다.

양식 전문가들에 따르면 노르웨이는 1968년부터 1986년까지 대서양 연어의 종자를 개량했다. 18년의 연구 끝에 종자 개량에 성공했다. 여기에 값싼 곡물사료를 개발해 경쟁력을 높였다. 색깔과 육질이 좋아진 노르웨이 대서양 연어는 세계 시장을 제패했다.

종자 개량과 더 좋은 사료·백신 개발을 위해 ICT 양식은 필수 조건이다. 국립수산과학원은 2004년부터 2010년까지 연구를 통해 광어 신품종인 ‘킹 넙치’를 개발하는 등 종자 개량에 주력하고 있다. 김현철 국립수산과학원 육종연구센터 연구사(47)는 “완도 광어 양식장 상황에 맞게 저수온에도 충분히 견딜 수 있는 품종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국민횟감’ 광어 ::

가자미목 넙칫과에 속하는 어류다. 세계적으로 가자미류는 1000여 종에 달하지만 넙칫과는 광어 한 종류밖에 없다. 광어는 한국과 일본, 중국 연안 바다에 서식한다. 넙치라는 이름은 넓적한 생김새에서 파생된 말이며 광어는 廣(넓을 광)자에 魚(물고기 어)자를 붙인 것이다.

광어는 바다 밑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납작하다. 몸 색깔은 바닷속 바닥 상황에 맞춰 바뀐다. 최대 수명은 15년 정도이다. 그때 길이는 110cm, 무게는 15kg에 달한다. 광어는 맛이 담백하고 쫄깃쫄깃하다. 비린내가 없고 가격도 비교적 저렴하다. 저지방, 고단백, 저칼로리 식품이어서 환자와 노약자 영양식으로 좋다. 콜라겐과 엘라스틴 성분이 많이 들어있어 여성의 피부 미용에도 효과가 있다.
 
완도=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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