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방한/한미 정상회담]文대통령-트럼프 북핵공조 재확인

손 맞잡고… 팔짱 끼고…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내외가 7일 오후 한미 정상회담을 마치고 청와대 경내를 함께 걸으며 가을 풍경을 감상하고 있다.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는 팔짱을 꼈고 트럼프 대통령과 멜라니아 여사는 손을 맞잡았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 트럼프, “한국을 건너뛰는 일 없을 것”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고,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고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를 정착시키기로 했다”고 말했다.
두 정상은 “압도적 힘을 바탕으로 단호하게 대응”이라는 기존 원칙을 재확인하면서도 군사적 옵션에는 거리를 뒀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협상 테이블로 나와서 우리와 합의를 이끌어 내는 건 북한 주민은 물론이고 전 세계 시민에게도 좋을 것이다. 이 부분에서는 움직임이 있다고 생각하니 두고 볼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적 해결에 대한 기대를 드러낸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만찬에서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두 번 다시 일어나선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히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이 ‘코리아 패싱’에 대해 “한국을 건너뛰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은 점에 만족하는 분위기다.
○ 文, “균형 외교는 한국 외교 지평 넓히는 것”

문 대통령도 최근 논란이 된 ‘미중 간 균형외교’에 대해 노무현 정부 시절의 ‘동북아 균형자론’과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문 대통령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외교를 하겠다는 게 아니다. 북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해 한국 외교의 지평을 넓히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이날 회동을 시작으로 한미중 정상이 연쇄 접촉을 가지면서 자연스럽게 북한에 대한 압박의 강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3개국 정상이 릴레이로 회동을 가지면서 북핵 문제의 해결을 위한 접점을 찾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좋은 출발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 말의 표현과 강도 순화된 트럼프
그동안 북한에 대해 “화염과 분노”, “완전 파괴” 등 거친 발언을 쏟아냈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은 군사적 행동과 정반대되는 “협상 테이블” 등을 언급했다.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전 다양한 채널을 통해 “북한을 자극할 수 있는 거친 표현은 자제하기를 희망한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톤을 눈에 띄게 바꿨다”고 평가했다.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향한 공격적인 레토릭을 버렸고 북한을 향해 ‘테이블로 나와라’, ‘협상을 하자’고 강조하면서 (북한과) 협상할 의지가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전했다. 결과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강한 언사를 자제하는 대신 미국은 한국에 대한 첨단전략무기 판매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논의를 촉진하기로 하는 등의 실리를 얻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