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문가 사위가 수술했지만 뇌사… “고인 뜻 받들자” 3명에 새 생명
허준 명지성모병원 의무원장이 장모인 김연임 씨의 사진을 들어 보이며 웃고 있다. 명지성모병원 제공
김 씨는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다가 은퇴 후 여러 봉사활동을 했다. 퇴직금과 용돈을 모아 형편이 어려운 대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줬지만 가족들은 한참 뒤에야 알았다. 몇 해 전 김 씨는 치매와 함께 뇌혈관이 약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는 “내가 다른 건 몰라도 준이(허 원장)와 인이(손자) 이름은 까먹으면 안 되지”라며 재활치료에 전념했다. 그렇기에 가족들은 갑작스러운 김 씨의 뇌사에 더욱 망연자실했다.
인공호흡기를 단 채 병실에 누운 김 씨의 곁을 지키던 허 원장의 아내 정현주 씨(44)는 김 씨가 10여 년 전 장기 기증을 서약한 사실을 떠올렸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을 통해 장기 기증을 희망한 사람은 뇌사에 빠지면 안구(각막), 간, 콩팥, 심장, 췌장 등 9개의 장기를 기증할 수 있다. 다만 유가족이 반대하면 고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장기 기증은 이뤄지지 않는다.
가족들은 간소한 장례식을 원한 고인의 뜻을 받들어 빈소를 차리지 않고 부의금도 사양했다. 그렇게 조용한 장례식에 뜻밖의 손님이 찾아왔다. 입관식에 김 씨로부터 장학금을 받았다는 한 목사가 찾아와 “고인 덕에 신학교를 마칠 수 있었다”며 눈물을 흘렸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