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가는 금융캠프 이경섭 NH농협은행장 제주대 특강
7일 제주대 아라캠퍼스 경상2호관 대강당에서 열린 ‘청년드림 금융캠프’ 강연에서 이경섭 NH농협은행장이 은행권 전망과 취업 관련 비법을 전하고 있다. 이 행장은 “다양한 체험을 통해 새로운 발상을 하라”고 조언했다. NH농협은행 제공
7일 제주대 아라캠퍼스 경상2호관 대강당.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 채널A, NH농협은행, 제주대가 함께 주최한 ‘찾아가는 2017 청년드림 금융캠프’에 240여 명의 학생이 몰려 좌석을 가득 채웠다. 이날의 특별강연자는 이경섭 NH농협은행장. 그는 “정해진 룰에 적응하기보다 다양한 체험을 통해 새로운 발상을 하려고 노력하라”고 강조했다. 이어 최선주 농협은행 청주교육원 교수의 취업 관련 특강이 있었다. 강연장 밖에서는 NH농협은행 제주영업부 직원들이 학생들을 상대로 신용 관리 및 진로 등에 대한 일대일 상담을 진행했다.
○ “자신만의 길을 걸어라”
“입사할 무렵에는 외국은행, 대형은행이 인기가 높았는데 저는 국내 농업, 농촌을 지원하는 농협에 끌렸습니다. 남들 다 가는 곳 따라갔으면 외환위기 때 (외국자본에) 넘어간 은행이 많았으니 저도 어려움을 겪었을 겁니다.”
이 행장은 ‘남들이 선호하는 곳보다 나 자신이 원하는 곳에 집중하라’고 거듭 조언했다.
그는 “입사 면접에서 ‘차(車)에 대해 얘기해 보라’는 질문을 받으면 어떤 대답을 내놓겠느냐. 차량 증가에 따른 대기 오염 같은 얘기로는 주목받기 어렵다. ‘장기판의 차처럼 앞으로 직진하는 삶을 살겠다’는 패기와 창의성을 보이면 높은 점수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범적인 답변이 아닌, 뜻밖의 아이디어를 내놓는 ‘엉뚱한 사람’을 뽑겠다”고 강조했다. 왜냐하면 핀테크(기술금융) 확산, 인터넷전문은행 등장 등으로 전통적인 은행업에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스마트폰을 꺼내 들고 “은행이 이 안으로 들어갔다. 뱅킹(banking)은 남아 있지만 뱅커(banker)는 사라져 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새로운 사업, 기존과 다른 영업 방식 등을 개발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올해 3월 농협은행이 선보인 ‘스마트 고지서’를 소개했다. 이는 스마트폰에서 자동차세, 재산세 등 지방세 고지서를 받아 바로 납부할 수 있는 서비스. 기존에는 지방자치단체가 우체국을 통해 세금 고지서를 가정마다 전달했다. 집마다 이를 금융기관에 내면 해당 기관이 지자체에 통보했다. 그러나 농협은행이 이를 간소화한 서비스를 내놨고 가입자가 5만 명을 돌파했다. 이 행장은 “금융과 세금 업무가 결합해 새로운 사업이 나온 것인데 이런 아이디어를 가진 창의적인 사람을 찾는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그런 ‘창의적 인재’가 되려면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궁금해했다. 이 행장은 “정도(正道)는 없지만 풍부한 독서나 다양한 체험이 중요하다”며 “나도 책을 읽거나 다른 경영자 등을 만나면서 많이 배운다. 사내 스터디모임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질문 공세가 강연장 열기를 더 뜨겁게 했다. 한 학생이 “은행은 수익을 창출하는 곳이고 농협은 농민을 위한 곳이다. 그렇다면 농협은행은 이 두 가치 간 충돌이 일어날 때가 있을 것 같다. 어떻게 대처하시나”라고 물었다. 이에 이 행장은 “마치 기자회견장에 와 있는 것 같다. 학생들 질문 수준이 전문 기자만큼 높다”며 웃었다. 이어 “농협은행의 주 수익은 도시민에게서 나온다. 수익금을 농협으로 보내면 농협이 농촌과 농업을 위해 쓴다”며 “농협은행을 많이 찾아 달라”고 답했다.
강연이 끝난 뒤 이해창 씨(22·관광개발학과 2학년)는 “은행장을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은데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매우 유익했다. 사인을 해달라”며 이 행장에게 흰색 티셔츠를 내밀었다. 이 행장은 ‘처변불경 처변불경(處變不驚 處變不輕)’이라는 한자 성어를 이름과 함께 써줬다. 이는 ‘어떤 일이 닥쳐도 놀라지 말고, 좋은 일이 생겨도 가볍게 처신하지 말라’는 뜻. 김동호 씨(23·경제학과 3학년)는 “스펙이 아니라 ‘나만의 무기’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마리아 씨(23·여·경영학과 4학년)는 “보통 취업 관련 강연에 가면 업체 복리후생이나 자기소개서 쓰는 법 같은 것만 알려주는데 이번 행사에선 ‘어떻게 직업을 찾는 게 본인에게 도움이 되는가’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설명해줘서 더욱 고마웠다”고 말했다.
제주=김성모 기자 m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