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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성 통째로 비워 만찬… 오바마도 못받은 ‘파격 접대’

입력 | 2017-11-09 03:00:00

트럼프, 외손녀 중국어실력 자랑에 시진핑 “A+ 줄 수 있다” 칭찬
삼희당 아닌 보온루에서 차 마셔… 황제의 길 걸으며 中문화 체험
트럼프, 트위터 막혀 생중계 못해




“아라벨라에게 A+를 줄 수 있어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8일 오후 중국을 처음 국빈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베이징 쯔진청(자금성) 내 남서쪽의 보온루(寶蘊樓)에서 차를 마시고 환담하며 이렇게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이패드를 꺼내 외손녀 아라벨라(이방카의 딸)가 중국어로 노래 부르고 송나라 때 아이들에게 문자 교육용으로 사용한 교과서 삼자경(三字經)과 중국 옛 시를 암송하는 동영상을 보여주자 “아라벨라의 중국어 실력이 늘었다”고 칭찬하며 이렇게 말한 것이다. 시 주석은 아라벨라가 이미 중국에서 ‘꼬마 스타’라며 “외손녀도 중국에 올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전했다.


두 정상 부부는 차를 마시며 환담한 뒤 황제가 관료들을 접견하던 정전(正殿)인 태화전을 둘러보며 기념사진을 찍었다. 특히 두 정상 부부는 태화전-중화전-보화전으로 이어지는 쯔진청의 주요 전각을 과거 황제들만 다녔던 동선을 따라 걸으며 관람했다. 시 주석이 쯔진청의 역사와 문화를 설명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감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고궁문물복원센터를 방문해 중국 문물을 둘러보면서 서화 제작과 도자기 채색 등 체험도 했다.

이어 청나라 시대 연극 공연장이었던 쯔진청 내 창음각(暢音閣)에서 손오공 이야기인 미후왕 등 경극을 관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극을 보며 간혹 박수를 치긴 했지만 특별히 환호하거나 웃음을 짓지는 않았다. 매일 수만 명의 관람객이 몰리던 쯔진청은 이날 하루 임시 휴관해 미중 정상 부부만을 위한 공간이 됐다.

경극을 본 두 정상은 쯔진청 북서쪽의 건복궁(建福宮)으로 자리를 옮겨 만찬을 함께했다. 건복궁은 청나라 최전성기를 이끌었던 건륭제의 화원으로 쯔진청 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화원으로 꼽히는 곳이다. ‘황제 의전’을 통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외치는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사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베이징 서우두공항에 도착해 곧바로 쯔진청으로 향했다. 미국 대통령이 쯔진청에서 중국 최고지도자와 만찬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09년 11월 쯔진청을 방문해 내부를 관람하기만 했다.

미중 정상 부부는 애초 알려졌던 양심전(養心殿) 내 삼희당(三希堂)이 아니라 보온루에서 차담을 나눴다. 보온루는 1915년에 완공된 서양식 건물로, 청나라 황실의 보물 23만여 점을 보관하던 곳이다. CNN은 멜라니아 여사가 10일 오전 중국을 떠나기 전 만리장성과 베이징 동물원을 방문해 중국 시민들과 교류할 것이라고 전했다.

트위터광인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서는 트위터 생중계를 하지 않았다. 중국에서 트위터 접속이 금지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 이세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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