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갈등은 갈등, 밥은 밥?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오른쪽 줄 앞에서 다섯 번째)를 비롯한 국민의당 의원 20여 명이 8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오찬모임을 가졌다. 최근 안 대표와 갈등을 빚고 있는 유성엽, 이상돈 의원 등은 참석하지 않았다. 국민의당 제공
○ “安, 정치적 자산 고갈” “물어뜯어 버리고 싶다”
국민의당 이상돈 의원은 8일 통화에서 안 대표의 대여 강경 기조에 대해 “문재인 바다의 안철수 섬에서 무엇을 한다는 것이냐. 대선 때 그의 정치적 자산은 고갈됐다. 측근들의 정치적 판단력도 아마추어”라고 비판했다.
박지원 전 대표는 “(통합·연대에) 얽매이는 데에는 또 다른 저의가 있다”고 말했다. 유성엽 의원은 “당 지도부가 국민을 감동시킬 기초적 발상이라도 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반면 친안계를 중심으로 한 당 지도부는 안 대표를 향한 비판이 지나치다며 격앙된 기류다. 국민의당의 한 당직자는 비안 측을 겨냥해 “누구 덕에 (지난해 4·13총선 때) 국회의원에 당선됐느냐. 정말 감정적으론 물어뜯어 버리고 싶은 심정”이라고 성토했다.
박주원 최고위원도 최고위원회의에서 “닭 쫓던 개, 종쳤다, 선을 넘었다, 아마추어다 등등 당 대표를 향해 비수를 꽂은 미스터리한 말에 기절할 지경”이라고 발끈했다. 최명길 최고위원은 “분란을 키우려는 프로그램에 출연해 당을 부수는 일에 몰두하는 분들은 자제해 달라”고 촉구했다.
안 대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회를 방문한 점을 감안해 비공개회의에서 당 내홍에 대한 언급을 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일부 최고위원은 제2창당위원회 운영 방식의 문제를 제기했다.
부산 출신으로 중도 성향인 안 대표와 호남은 2016년 총선을 앞두고 결합했다. 결합의 명분은 ‘반문재인’ 정서였다. 당시 고령층을 중심으로 한 호남 유권자는 민주당을 탈당한 안 전 대표가 창당한 국민의당에 표를 몰아줬다.
그러나 호남 민심은 문재인-민주당 지지율 상승, 문 대통령 당선으로 급변했다. 이후 양측은 대선 패배 원인, 8·27 전당대회 출마, 중도 통합 행보에서 건건이 충돌했다.
바른정당 통합 논의가 확산돼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가 열린 지난달 25일 정동영 천정배 박지원 의원은 3자 비공개 오찬 회동을 했다. 정동영 의원은 이날 “당 대표가 의원에게 ‘나가라’고 말하는 게 온당한 리더십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동교동계가 주축을 이룬 국민의당 고문단은 9일 오찬모임을 한다. 이훈평 전 의원은 “대선 때부터 ‘햇볕정책’에 공과가 있다고 하는 등 당 운영 방향이 이상하다”고 말했다.
장관석 jks@donga.com·최고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