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서울 노원구에 있는 한 스타벅스 매장. 깨끗한 흰 셔츠에 검은색 앞치마를 단정하게 입은 권순남(가명·28) 씨가 커피를 내리며 나직이 말했다. 왼쪽 가슴에 ‘장애인 바리스타’ 배지가 달려 있었다. 지적장애 3급인 권 씨는 수련 기간 6주일을 거친 뒤 “매장 근무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이곳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이날은 권 씨의 마지막 근무일이다. “장기 근속상을 받겠다”는 굳은 의지로 스타벅스 앞치마를 입은 지 6개월 만이다. 한 달 전 일어난 일 때문이다. 10월 중순 매장을 찾은 한 고객이 마시던 커피를 카운터로 들고 와 “커피에서 땀 냄새가 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당황한 직원들이 서둘러 새로운 커피를 만들어 제공했다. 하지만 고객의 항의는 계속됐다. 그러더니 “땀 흘리는 저 직원 때문에 매장 전체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 내보내 달라”고 했다. 고객의 손은 권 씨를 가리키고 있었다.
현재 전국 스타벅스 매장에서 일하는 장애인은 398명이다. 장애인 직원과 함께 일한 동료들은 “그들은 누구보다 열심히 한다”고 입을 모은다. 몸으로 익힌 건 원칙을 지켜 끝까지 완수하는 특징 때문에 대부분 잔꾀를 피우는 일이 없다고 한다.
2007년부터 장애인을 채용해온 스타벅스는 최근 오후 시간대 근무 인력에서 장애인 직원을 제외했다. 술에 취한 채 매장을 찾은 고객들이 장애인 직원에게 시비를 거는 일이 잦아져서다. 만취 고객이 몸동작이 부자연스러운 발달장애 직원을 향해 “보기 싫다. 다른 데 가달라”고 항의하는가 하면 청각장애 바리스타를 향해 “진짜 안 들리냐”며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은 직종을 막론하고 일어난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일하는 문모 씨(20·여·지적장애 3급)도 퇴사를 고민 중이다. 그는 병원 1층에서 사람들의 무인수납기 이용을 돕고 있다. 하지만 “너도 환자인데 뭘 도와주냐”며 서비스를 거절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조은경 한림대 심리학과 교수는 “장애인이 만든 음식은 오염됐다는 식의 항의는 장애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편견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주는 모습이다. 어렵게 얻은 이들의 근로 기회를 꺾는 건 이런 터무니없는 편견과 이기심”이라고 말했다.
김단비 기자 kubee0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