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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장애인이 무슨…” 고객 편견에 떠나는 일터

입력 | 2017-11-09 03:00:00


“이게 마지막 커피네….”

7일 서울 노원구에 있는 한 스타벅스 매장. 깨끗한 흰 셔츠에 검은색 앞치마를 단정하게 입은 권순남(가명·28) 씨가 커피를 내리며 나직이 말했다. 왼쪽 가슴에 ‘장애인 바리스타’ 배지가 달려 있었다. 지적장애 3급인 권 씨는 수련 기간 6주일을 거친 뒤 “매장 근무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이곳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이날은 권 씨의 마지막 근무일이다. “장기 근속상을 받겠다”는 굳은 의지로 스타벅스 앞치마를 입은 지 6개월 만이다. 한 달 전 일어난 일 때문이다. 10월 중순 매장을 찾은 한 고객이 마시던 커피를 카운터로 들고 와 “커피에서 땀 냄새가 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당황한 직원들이 서둘러 새로운 커피를 만들어 제공했다. 하지만 고객의 항의는 계속됐다. 그러더니 “땀 흘리는 저 직원 때문에 매장 전체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 내보내 달라”고 했다. 고객의 손은 권 씨를 가리키고 있었다.

큰 소리를 들은 다른 고객들도 웅성대기 시작했다. 권 씨는 “죄송하다”며 연신 몸을 숙였다. 셔츠가 땀으로 푹 젖을 정도로 사과를 하고 나서야 사태는 일단락됐다. 권 씨는 장애 때문에 남보다 쉽게 땀을 흘리는 편이다. 그러나 피해를 줄 정도는 아니다. 동료들도 “권 씨 몸에서 땀 냄새가 전혀 안 났다”고 말했다. 그날 이후 권 씨는 항의했던 고객이 찾아오면 매장 안쪽으로 숨는다. 그렇게 한 달을 더 버티다가 결국 얼마 전 사직서를 냈다. 스타벅스 측은 “매장을 옮겨 주겠다”고 했지만 그는 고민 끝에 거절했다.

현재 전국 스타벅스 매장에서 일하는 장애인은 398명이다. 장애인 직원과 함께 일한 동료들은 “그들은 누구보다 열심히 한다”고 입을 모은다. 몸으로 익힌 건 원칙을 지켜 끝까지 완수하는 특징 때문에 대부분 잔꾀를 피우는 일이 없다고 한다.

2007년부터 장애인을 채용해온 스타벅스는 최근 오후 시간대 근무 인력에서 장애인 직원을 제외했다. 술에 취한 채 매장을 찾은 고객들이 장애인 직원에게 시비를 거는 일이 잦아져서다. 만취 고객이 몸동작이 부자연스러운 발달장애 직원을 향해 “보기 싫다. 다른 데 가달라”고 항의하는가 하면 청각장애 바리스타를 향해 “진짜 안 들리냐”며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은 직종을 막론하고 일어난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일하는 문모 씨(20·여·지적장애 3급)도 퇴사를 고민 중이다. 그는 병원 1층에서 사람들의 무인수납기 이용을 돕고 있다. 하지만 “너도 환자인데 뭘 도와주냐”며 서비스를 거절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조은경 한림대 심리학과 교수는 “장애인이 만든 음식은 오염됐다는 식의 항의는 장애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편견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주는 모습이다. 어렵게 얻은 이들의 근로 기회를 꺾는 건 이런 터무니없는 편견과 이기심”이라고 말했다.

마지막 커피를 내리고 스타벅스 매장을 나서던 권 씨는 곱게 접은 앞치마에 달린 ‘장애인 바리스타’ 배지를 한참 바라보며 말했다. “피눈물 나게 연습했다. 점장까지 되는 게 꿈이었다. 장애인이 만든 커피도 맛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

김단비 기자 kubee0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