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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고(故) 김광석 씨의 딸 서연 양의 사망의혹 사건을 재수사한 경찰은 10일 故 김광석 씨의 부인 서해순 씨(52)에게 제기된 유기치사 및 사기 혐의에 대해 모두 ‘혐의 없음’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범죄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 없음을 이유로 불기소(혐의없음) 의견으로 서울 중앙지방검찰청에 사건을 송치했다”고 밝혔다.
앞서 故 김광석 씨의 친형은 “제수 서해순 씨가 자기 딸을 일부러 사망하게 만들어 저작권 소송에서 유리한 점을 취했다”며 서 씨를 고소·고발했다.
경찰은 지난 9월23일부터 서연 양을 진료한 의사, 119구급대원, 학부모 등 참고인 47명을 비롯해 서연 양의 병원 진료기록과 보험 내역, 일기장과 휴대폰, 서 씨의 카드 사용 내역, 관련 민사소송 기록을 검토하며 수사를 진행했다.
경찰은 먼저 서 씨의 유기치사 혐의에 대해 “고의 및 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를 발견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사망 당일인 지난 2007년 12월23일 서 씨가 인공호흡 등 응급조치를 했지만, 구급대원이 도착한 당시 이미 심정지 상태였던 서연 양이 병원으로 옮겨지는 도중 사망했다는 것이다.
서연 양이 사망 직전 학교 기말고사를 보는 등 정상적인 학교 생활을 하면서 학교 근처의 병원에서 세 차례에 걸쳐 ‘단순 감기’ 처방을 받았으며, 가정에서 감기와 폐렴 증상을 구분하는 것이 어려워 서 씨가 급성폐렴을 예측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전문의 소견도 함께 제시했다.
실제로 부검에서 서연 양의 사망원인은 폐렴으로 인한 이물질 흡입으로, 혈액에서도 감기약 성분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서연 양이 의사소통에 장애가 있을 정도는 아니었기에 평소 주변인들과 활발하게 교류해왔으며, 서 씨 또한 서연 양의 유전질환 검사와 치료를 위해 국내외에서 병원 진단을 받았고, 교사와 학교 친구 등의 진술 등으로 미루어봤을 때 서 씨가 서연 양을 방치한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서 씨가 지적재산권 소송 과정에서 서연 양의 죽음을 알리지 않아 법원을 기망하고 소송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혐의(사기)에 대해서도 경찰은 “서 씨가 소극적으로 사망 사실을 숨긴 것이 사기죄의 부작위에 의한 기망 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김광석 씨는 생전 자신의 음악저작물에 대한 모든 권리를 부친에게 양도했고, 김 씨가 1996년 숨진 후 서 씨가 상속인의 권리를 주장하고 나서자 김 씨 부친은 ‘내가 죽으면 모든 권리를 서연에게 양도한다’고 합의했다.
김 씨 친형과 모친 측은 “며느리와 체결한 합의를 취소하는 유언이 있었다”고 주장하며 지적재산권 확인 소송을 냈다. 1·2심에서는 서 씨가 일부 패소했으나 대법원은 2008년 ‘모든 권리는 서연 양에게 있다’는 취지로 2심 판결을 뒤집었다.
김 씨 친형은 “2008년에는 서연 양이 이미 숨졌던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이같이 합의한 것”이라며 서 씨의 사기 혐의를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은 서연 양 사망 당시 소송대리인(변호사)이 선임돼 있었기 때문에 민사소송법과 대법원 판례에 따라 서 씨가 서연 양 사망을 법원에 고지할 의무가 없었다고 판단했다.
또 소송 과정에서 서연 양의 생존 여부나 생존을 전제로 한 사항이 재판의 쟁점이 된 적이 없어 판결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봤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