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보 5곳 수문 전면개방… 농민들 “당장은 몰라도 봄가뭄 우려” 환경단체 “안개 줄어들면 농사 유리”
전남 나주시 노안면 10만 m²에서 겨울철 미나리 농사를 짓는 한모 씨(54)는 승촌보 물을 뺀다는 말에 “8년 전 승촌보를 짓기 위해 강물을 뺐을 때 한동안 지하수가 고갈돼 민원이 쏟아지고 ‘지하수 확보 전쟁’을 벌였다. 그런데 그 물을 다시 뺀다고 하니 걱정이 앞선다”고 한숨을 쉬었다. 겨울철 미나리는 시설하우스에서 수온 섭씨 8도 안팎의 지하수를 공급해 키운다.
경남 합천창녕보 옆 창녕군 이방면에서 양파 농사를 짓는 임모 씨(64)는 “지금 당장은 모르지만 올겨울과 내년 봄 가뭄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금강 백제보 인근인 충남 부여군 부여읍 중정리에서 비닐하우스(3만 m²)에 토마토 멜론 수박을 재배하는 이광렬 씨(54)는 “시설하우스는 대부분 지하수를 쓰는데 보를 개방한다고 해서 큰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강 주변 일부는 지하수가 잘 나오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임희자 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 정책실장은 “시설채소를 하는 창녕과 함안 농민도 안개나 저온 피해 등이 줄어들게 돼 보 전면 개방을 반긴다”고 주장했다.
신재만 창녕군 이방면 부면장은 “낙동강 주변 저습지는 홍수 피해가 많았지만 4대강 사업 이후 홍수와 가뭄 걱정이 없어졌다. 아까운 물을 그냥 흘려보낸다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100여 개 시민·환경단체 모임인 ‘5대강유역보전실천협의회’는 10일 보도자료를 내고 “정부는 보 수문 개방을 확대해야 한다”며 “국무조정실 산하 4대강 보 모니터링 자문회의에 4대강 사업 찬동 인사를 배제하고 민관 재자연화 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적극적인 추가 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했다.
전문가들은 조심스러운 의견을 내놨다. 유철상 고려대 건축사회환경공학과 교수는 “4대강 보를 전면 개방하면 혹시 내년 봄에 가뭄이 들었을 때 농업활동에 차질을 빚을 수 있고 농민들이나 관련 단체의 반발이 심할 것”이라며 “일부를 개방해 일단 그 효과를 분석해 보자는 정부의 취지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겨울철에 실시하는 데 대한 실효성에는 의문을 제기했다. 유 교수는 “온도가 낮은 겨울철엔 남조류 양이 많지 않을 텐데 보 개방 효과가 가시적으로 보일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금강=지명훈 mhjee@donga.com / 광주=이형주 / 창녕=강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