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파오는 높은 옷깃, 치마 옆트임(slit)과 함께 몸에 착 달라붙는 것이 특징. 청나라를 지배한 만주족의 팔기군 복장에서 유래한 옷인데 남녀 공용에서 여성 의상으로 발전했다. 1920년대 상하이를 중심으로 고혹적 분위기를 강조한 개량형 치파오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1972년 미중 정상회담 때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부인 팻 여사가 “중국에 왜 인구가 많은지 알겠다”고 했다는 말이 있을 만큼 관능적이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 이어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에선 시상식 도우미 차림으로 속옷 라인까지 도드라지는 치파오를 선보여 논란을 빚었다.
▷장만위의 뒤를 이을 치파오의 새 강자가 나타났다. 9일 중국 국빈만찬에 미중 퍼스트레이디가 나란히 치파오 블랙드레스 차림으로 등장한 것이다. 멜라니아는 소매에 모피가 달린 화려한 자수 드레스로, 펑리위안은 소매의 맨살이 비치는 시스루 드레스로 양보할 수 없는 패션 대결을 펼쳤다. 모델 출신의 멜라니아는 허벅지 중간까지 쭉 트인 현대적 치파오를 마놀로 블라닉의 킬힐과 매치해 한 걸음 옮길 때마다 돋보이는 각선미를 과시했다. 이 옷은 이탈리아 브랜드 구치가 2016년 FW시즌 치파오를 기반으로 내놓은 기성복이다. 펑리위안은 무릎까지 트인, 상대적으로 정숙한 치파오를 택했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