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실험 후 온 국민의 관심사가 된 ‘안보’. 관련 뉴스가 홍수를 이루지만 일반 국민 입장에서 가장 관심 있는 것은 결국 ‘전쟁이 진짜 날까’ ‘싸우면 이길까’가 아닐까. 이에 대해 김종환 전 합동참모본부 의장(합참의장·71·사진)은 “주한미군과 싸운다는 것은 미국과 전쟁을 한다는 것”이라며 “북한이 그런 능력도 없고 결과가 뻔한 전쟁을 할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 재임 중인 2003년 4월부터 2년간 합참의장(육군대장)을 지냈다.
김 전 의장은 “주한미군의 존재 의의는 전쟁을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쟁 자체를 막는 ‘전쟁 억지력’에 있다”며 “하지만 주한미군이 철수하면 북한으로서는 해볼 만하다고 여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 정부가 추진 중인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조기 전환과 최근 합의를 보지 못한 ‘미래연합사령부’(가칭) 창설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시했다. 미래연합사령부는 전작권 전환 이후 한미연합사령부를 대신하는 조직으로 미군 사령관, 한국군 부사령관인 연합사와는 달리 한국군이 사령관을 맡고 미군이 부사령관을 맡는다.
그는 또 “미래연합사가 창설돼도 미군 무기 체계를 모르는 한국군 사령관이 어떻게 미군을 제대로 지휘할 수 있겠느냐”며 운영 능력에 의문을 표시했다. 죽음의 백조(B-1B), 스텔스기, 항공모함 등 미군이 무기를 지원해줘도 쓸 줄 모르기 때문에 무용지물이라는 것이다.
김 전 의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국군의 날 행사에서 ‘전작권을 가져야 북한이 우리를 더 두려워한다’고 했지만 수긍하기 힘들다”며 “지금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나면 자동 개입이기 때문에 미군 증원군이 바로 오지만 전작권이 전환되고 연합사가 해체되면 미국 의회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의회 승인을 받느라 와도 매우 늦고, 또 전작권이 전환됐기 때문에 와도 한국군의 지휘를 받아 싸워야 하는데 미군이 그런 전례가 없다는 것.
일부에서 주장하는 전술핵 도입은 “물리적인 면보다는 굳건한 한미동맹 과시, 국민의 불안감 해소 등의 차원에서 상징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의장은 “처음에는 나도 괌에서 쏘는 것이나 여기서 쏘는 것이나 차이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북한 핵 개발을 방관한 중국에 강력한 경고를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또 국민들이 안보 걱정은 많지만 정작 실제로는 잘 모르기 때문에 심리적 안정감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의장은 “전에 만난 한 미국 안보 관계자가 ‘정치’의 반대말은 ‘원칙’이라고 했다”며 “국민이 안보에 불안감을 많이 느끼는데 안보를 정치적으로 하지 않는 것이 순국선열들에 대한 예의”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