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하 여행 전문기자의 休]오스트리아-싱가포르의 크리스마스시즌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의 헬브룬 성에서 매년 열리는 크리스마스 마켓 아트벤트차우버. 흰 눈에 덮인 주변 풍경이 따뜻한 조명으로 밝혀지면서 동화 속 나라를 연출한다. 오스트리아 관광청 제공
하지만 2000년간 기독교가 문화의 뿌리고 가치관의 핵심이던 구미는 다르다. 인간을 구원하러 사람의 모습으로 세상에 온 신과 동격(삼위일체)의 예수가 탄생한 만큼 그를 기다리는 기쁨을 즐기는데 치중한다. 그걸 ‘아트벤트’(Advent·재림절)라 하는데 정확히는 ‘성탄일 앞선 4주간’(네 번의 일요일 포함)이다. 시즌스그리팅의 ‘시즌’도 바로 이걸 지칭하는데 보통은 ‘크리스마스시즌’이라 부른다.
그렇게 따지면 올 크리스마스시즌은 12월 3일부터다. 요즘이야 크리스마스시즌이 ‘연말연시 반짝 특수’에 초점을 맞춘 마케팅 수단으로 전락한 게 사실. 그럼에도 유럽에선 여전히 관례와 전통에 따라 최고 명절로 조붓하게 이어간다. 시즌마다 서는 ‘크리스마스 마켓’과 온 가족이 모여 즐기는 크리스마스 디너, 카드 쓰기가 그것.
이렇듯 기독교의 가치투영에 따라 크리스마스의 의미와 현상은 나라와 지역마다 다르다. 그럼에도 분명한 건 인류 축제로 환영받는다는 사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모두가 즐겁고 세상 어디든 흥청대는 배경이다. 종교와 피부색깔, 언어와 이념을 넘어…. 11월은 그런 크리스마스 시즌이 시작되는 달. 올겨울 해외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크리스마스시즌을 즐겨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오스트리아와 싱가포르에서 크리스마스시즌 즐기기다.
오스트리아의 크리스마스 마켓
모차르트의 고향 잘츠부르크 중심은 16세기 르네상스기에 건축(1588년)된 대성당(그냥 ‘돔’이라고도 부른다). 그 앞(북쪽)엔 분수가 있는 레지덴츠플라츠란 광장이, 성당 옆(서쪽)엔 아기 예수를 안은 성모마리아상이 있는 돔플라츠가 있다. 성당의 높은 종탑은 구도심 어디서든 잘 보인다. 잘츠부르크의 크리스마스 마켓인 ‘크리스트킨들 마르크트(Christkindl Markt)’는 매년 이 광장 두 곳에서 동시에 열린다. 또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도 등장했던 자그만 성 헬브룬에서도 열린다.
알프스산맥에서 멀지 않은 잘츠부르크는 이즈음 하얀 눈에 덮인다. 그래서 화이트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자연스레 연출된다. 마켓 개장은 오후 4시. 예서 파는 물건은 예쁜 양초와 크리스마스 장식부터 장갑 목도리 모자 등 다양하다. 지켜보니 크리스마스 마켓이 유럽인에게 어떤 곳인지 알 수 있었다. 학교를 파한 아이들은 곧장 이리로 달려와 엄마 아빠를 만난다. 가족이 함께 크리스마스 쇼핑과 이 소박한 축제를 즐기는 것. 저녁식사도 여기서 함께한다. 아이들은 꿀을 발라 구운 땅콩 등을 먹으며 시장을 쏘다니고 부모는 텐트 안팎에서 모처럼 만난 친구 친지와 선 채로 담소하며 호호 불어가면서 뜨거운 글뤼바인(여러 약재를 넣고 끓여낸 와인)에 생강 과자를 마시고 먹는다. 임시우체국 앞에는 새로 산 축하카드를 쓰고 부치느라 긴 줄이 늘어선다.
수도 빈에선 시청사 앞 광장 전체가 ‘크리스마스 월드’란 크리스마스 마켓(11월 중순∼크리스마스)으로 변한다. 150개에 달하는 가판대가 진을 치고 아이스링크(3000m²)에선 스케이팅도 즐긴다. 옆엔 ‘칠드런스 월드’도 있다. 장식조명 속에서 순록열차가 달리고 회전목마가 돈다. 시청은 3층 창문으로 크리스마스를 카운트다운 한다. 환히 밝힌 사무실 창을 매일 하나씩 검은 커튼으로 가려 크리스마스가 가까워 옴을 보여주는 것. 이런 크리스마스 마켓 방문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멋진 여행의 한 페이지가 됐다. 백화점의 화려한 크리스마스 조명이나 리조트, 테마파크의 동화적 연출로 시각적인 자극에만 치우친 우리네 크리스마스와 달리 가족들이 함께 크리스마스 스피릿을 공유하는 모습 덕분이었다.
열대 싱가포르의 크리스마스시즌
싱가포르 탕린쇼핑몰에서 버블스노로 열대의 크리스마스를 즐기는 아이들. summer@donga.com
그 시작은 1996년. 그런데 싱가포르의 크리스마스 시즌은 불과 20년 만에 지구상에서 가장 화려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물론 그 배경은 관광산업이다. 쇼핑 천국 관광국가인 싱가포르의 뛰어난 마케팅전략 산물인 것.
도시국가 싱가포르는 시즌 내내 두 곳에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연출한다. 하나는 거대한 매립지 베이 에어리어(Bay Area)의 ‘크리스마스 원더랜드’(12월1∼26일·유료), 다른 하나는 화려한 쇼핑가 오차드로드의 ‘엔들리스 원더(Endless Wonder·무료)’다. 크리스마스 원더랜드가 조성된 곳은 25∼50m 높이의 슈퍼트리 18개와 축구장 두 개 면적의 식물원(돔·Dome) 2개로 이뤄진 초대형 도시정원 ‘가든스 바이 더 베이(Gardens by the Bay)’. 유럽의 크리스마스 마켓과 똑같은 개념으로 먹고 마시고 즐기며 쇼핑하는 공간이다. 여기에 이탈리아 전통의 루미나리에(조명을 붙인 여러 패턴의 나무조형물을 통해 밤하늘을 아름다운 불빛 조형으로 장식하는 것)를 두어 화려함만큼은 유럽을 능가한다.
올해 4년째로 매년 시설과 내용이 업그레이드 중으로 회전목마와 스케이팅을 즐기는 아이스링크와 눈싸움도 하는 ‘얼음궁전’이 설치됐다. 핀란드 북부 라플란드(북극권 지방) 원주민 사미족(시베리아계통)의 전통 텐트 라부(미국 원주민의 삼각뿔 모양 천막)까지 동원됐다. 여기에도 글뤼바인을 마시며 생강쿠키 등 크리스마스 군것질 푸드스톨(가두매점)이 있는데 올해는 그 옆에 생피에르(모던프렌치) 쇼코와(小康和·스시) 등 미슐랭 스타식당 두 곳 등이 든 구어메빌리지도 추가했다.
엔들리스 원더는 1996년부터 10여 년간 시즌마다 오차드로드의 도로상공을 수백만 개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으로 화려하게 장식했던 ‘크리스마스 인 트로픽스(Christmas in Tropics·열대의 성탄절)’의 업그레이드 판. 올해는 오늘(11일) 점등식을 갖는다.
오차드로드에서도 2.88km 구간(탕린몰∼플라자 싱가푸라)을 ‘그레이트 스트리트’라고 명명하고 도중 5곳에 대형아치 조명조형을 설치하고 그 사이에 크리스마스 마켓을 운영해 분위기를 카니발로 이끈다. 더불어 도로 양편에 도열한 쇼핑몰 고층건물 외벽도 리본과 로봇순록, 호두까기 병정인형 등으로 치장해 순위다툼 콘테스트를 벌이는 중. 여기서도 눈길을 끄는 것은 어린이를 위한 버블스노(Bubble snow) 체험장. 매년 탕린쇼핑몰 앞 크리스마스 행사장에서 벌이는 야간이벤트인데 공중에 뜬 조밀한 비눗방울에 조명을 비춰 눈처럼 보이도록 한다.
조성하 여행 전문기자 summer@donga.com
※여행정보
오스트리아: 전국의 도시 곳곳에서 크리스마스 마켓 개장. ◇관광정보 ▽오스트리아 www.austria.info/kr ▽잘츠부르크 www.salzburgerland.com/en ▽빈 www.wien.info
싱가포르: 정부관광청 한국사무소 www.visitsingapore.com/kr ◇히포(Hippo)버스 투어: 지붕 없는 2층 버스로 야간에 그레이트 스트리트의 크리스마스 장식과 빌딩 감상. www.ducktours.com/sg ◇관련 사이트 ▽마리나베이 www.marina-bay.sg ▽크리스마스 원더랜드: www.christmaswonderland.sg ▽www.orchardroad.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