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규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올해 금융권 최고의 화두인 인터넷은행 출범은 고객 관점에서 누가 더 파괴적이고, 누가 더 먼저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느냐에 따라 시장 선도자가 결정될 것이라는 점을 우리에게 보여줬다.
인터넷은행 사례에서 보듯이 지금껏 혁신이라 여겨지던 것들이 어느새 익숙함이 되고, 업종 고유의 본업으로 당연시되던 것들이 디지털화의 변혁 속에서 사업 영역을 지키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을 보고 있다.
이제 우리 고객은 언제 어디서든 인터넷이 가능한 스마트폰을 휴대할 수 있게 됐다. 그 변화를 우리는 여러 영역에서, 전에 볼 수 없었던 파격과 속도를 통해 느낄 수 있는 상황이다.
증권업계도 고객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24시간 영업점 방문 없이 계좌 개설과 금융 거래를 할 수 있는 상황이다. 증권업은 이런 격변 속에서 새로운 환경을 형성할 역동적이고 파격적인 시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1차 산업혁명이 증기기관이라는 동력에서 시작됐듯이 현재 패러다임의 동력은 디지털 모바일이 될 것이다.
디지털을 통한 기업들의 새로운 시도가 지속되면서, 고객의 의사결정 방식도 변화하고 있다. 지금 고객들은 시간과 공간상의 제약을 원치 않는다. 심리가 좌우하는 불확실한 투자 역시 원치 않는다.
증권업계는 이런 고객의 요구에 대응해 로보어드바이저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한 효율적이고 개개인에게 맞는 의사결정의 동력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물론 현재 진행 중인 업계의 인공지능 솔루션이 고객 개개인에게 적합한 해답을 제시하는 데는 더 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할 것이다.
사내 직원식당 한쪽에 올해 초부터 걸어놓은 글귀는 풍림화산(風林火山)이다. 손자의 병법서 군쟁(軍爭) 편에 나오는 내용이다. “바람(風)처럼 신속하게 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숲(林)처럼 고요하고 꾸준하게 역량을 개발해, 불(火)이 번지듯 맹렬하게 도전하면서도, 산(山)처럼 묵직하게 안정적 위치를 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회사가 되자”라는 생각에서 걸게 된 문구다.
이제 증권업계는 격변에 대응할 동력을 키우고, 고객에게 희망과 성공을 어필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이런 혁신적 시도의 결과가 회사의 가치뿐 아니라 고객의 가치를 높이고, 성공을 공유하는 시장으로의 변화가 돼야 할 것이다.
김원규 NH투자증권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