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정상회담]
4개월만에 손잡은 한중 정상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1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린 베트남 다낭에서 미소 띤 얼굴로 악수하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중국을 상징하는 붉은색 넥타이를 맨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비 온 뒤 땅이 굳는다’는 한국 속담을 인용하며 “잃어버린 시간을 만회하자”고 말했다. 시 주석도 “새로운 출발이고 좋은 시작”이라고 화답했다. 다낭=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 일단 한중 관계 정상화는 합의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리더십 강화를 천명한 이른바 ‘시진핑 사상’도 언급됐다. 시 주석은 “오늘 회담이 한반도 문제에 있어 양측 협력과 리더십 발휘에 중대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중국의) 새 시대 비전 실현 과정에서 한중관계의 새 시대를 열어 나가자”고 말했다.
청와대는 일단 한중 정상이 관계 복원을 공식화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노영민 주중 대사도 언론 인터뷰를 통해 “모든 문제가 완전하게 해소됐다고 하기는 어렵겠지만 한중 관계가 사드 문제로 야기됐던 어둡고 긴 터널에서 빠져나오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 ‘봉인’된 사드 문제 다시 꺼낸 시 주석
하지만 시 주석이 회담에서 당초 예상과는 달리 사드 철회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을 빚기도 했다. 청와대는 회담 후 사드 문제에 대해 “두 정상이 지난달 발표한 합의문을 평가했다”고만 밝혔다. 그러나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시 주석이 한중 정상회담에서 사드와 관련한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한국에 (사드 문제에 대해) 책임 있는 자세와 결정을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 주석은 사드 문제에 대해 “중대한 이해관계 문제에서 양측이 역사적 책임에 바탕을 둬 중한 관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고 양국 인민에 대해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사드 봉합에 따른 한중 관계 개선 의지를 밝히면서도 종국적으로는 한국이 사드를 철수해야 한다는 압박도 빼놓지 않은 것이다.
이에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시 주석의 발언은 기존 합의문의 입장과 같다. 사드 문제를 두고 이제 미래지향적 관계 발전이 중요하다는 취지”라며 진화에 나섰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시 주석이 사드 철회 입장을 당장 거두긴 어렵다. 오히려 사드 문제를 봉인하기로 한 합의가 본인 의지라는 점을 확인해준 것”이라고 했다.
다낭=문병기 weappon@donga.com / 한상준 기자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