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철 사회부 차장
그러나 정작 검찰 동료들 사이에서는 S 검사는 ‘아줌마’로 통한다. 얼굴이나 체격 모두 천생 남자인 S 검사가 아줌마 소리를 듣는 것은 어머니처럼, 아내처럼 늘 주변을 따뜻하게 챙기는 까닭이다.
S 검사의 법정 안 모습이 평상시와 정반대인 것은 그가 맡은 역할 때문이다. 검찰에서는 S 검사처럼 수사나 재판에서 악역을 하는 사람을 ‘배드 커버(Bad Cover)’라고 부른다. S 검사 같은 배드 커버가 필요한 이유는 수사, 재판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다. 배드 커버의 거친 언행은 피고인(또는 피의자) 측을 자극해 실수를 유도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 옆자리에서 신사적이고 논리적인 언변을 펴는 동료 검사, ‘굿(Good) 커버’를 돋보이게 만들어 검찰이 의도한 메시지를 재판부에 뚜렷하게 전달하는 효과도 있다.
국정원 법률보좌관실에서 변 검사를 보좌했던 이제영 검사 이야기는 특히 화제가 됐다. 검찰은 이 검사의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 구속 필요성을 강조하는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프레젠테이션에는 한 종편 시사예능 프로그램에서 출연자가 이 검사 등 국정원 파견 검사들을 “출세하려고 그런 일(수사 방해)을 했다”고 비난한 내용이 포함됐다고 한다.
변 검사의 빈소에서는 이 검사 집 압수수색 당시 상황을 두고도 뒷말이 나왔다. 지난달 27일 오전 이 검사는 집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들고 온 후배 검사와 마주쳤다. 이 검사는 후배 검사에게 “들어와서 편하게 일하시라”고 인사를 했다고 한다. 그러나 A 검사는 함께 간 수사관들에게 “저런 말에 흔들리면 안 된다”고 다그쳤다고 한다. 겁먹은 부인과 어린 세 자녀 앞에서 애써 품위를 지키고 싶었던 이 검사에게 망신을 준 것이다.
이 검사를 몰아세운 일로 구설에 오른 검사들은 아마 배드 커버였을 것이다. 검사이기 이전에 인간으로서 동료에게 저런 언행을 하고 싶어 할 사람은 없다. 아마 그들도 평소에는 S 검사처럼 괜찮은 사람이라는 소리를 들을 것이다. 하지만 수사 대상이 검사이다 보니 평소보다 더 위악(僞惡)을 떨 수밖에 없었으리라. 또 그 때문에 변 검사의 자살 소식에 누구보다도 더 가슴 아팠을 것이다.
변 검사의 죽음을 두고 수사팀의 잘잘못을 따지는 건 큰 의미가 없다. 오히려 늘 하던 대로 수사를 했는데 또다시 사람이 죽었다는 걸 반성해야 한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복기하면서 다른 길은 없었을까 고민해야 한다. 그것이 변 검사와 검찰 수사를 받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이들을 위로하는 일이다.
전성철 사회부 차장 daw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