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장에 앉은 뒤에는 정신을 집중하고 생각을 가다듬고서 마음을 가라앉히고 기운을 맑게 해야 하니 그런 뒤에야 문장이 빛나고 내용에 조리가 있게 될 것이다
旣坐試席 凝神締思 和平其心 淸明其氣 然後詞采煥然 義理條達
(기좌시석 응신체사 화평기심 청명기기 연후사채환연 의리조달)
― 이전 ‘월간집(月澗集)’》
이제 대한민국의 수많은 고3 아이들과 3년보다도 더 지난한 1년을 다시 준비했던 소위 N수생들이 수능이라는 시험을 코앞에 마주하고 있다. 학교인지 학원이지 구분이 안 되기도 하고, 어떨 땐 학원 숙제를 하기 위해, 또 어떨 땐 간밤에 못 잔 잠을 자기 위한 공간으로 활용되었던 학교는 원래의 존재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잊은 채 이 순간만을 위해 존재했고, 그 속에서 우리의 아이들은 짧게는 3년, 길게는 그보다 몇 배의 시간을 이 순간만을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하며 지내왔다. 하지만 모두가 승자가 될 수만은 없는 현실 속에서, 이 아이들에게 시험을 잘 보라는 말보다는 마음을 편히 가지라는 말이 좀 더 나은 당부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시험장을 나온 아이에게 건네는 첫마디로 시험 잘 보았는지는 묻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전(李㙉·1558∼1648)의 본관은 흥양(興陽), 호는 월간(月澗)이다. 류성룡(柳成龍)의 문하에서 수학했고, 이후 주자학을 깊이 공부했다. 임진왜란 때에는 의병을 일으켜 왜적에 맞서기도 했다.
이정원 한국고전번역원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