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김재호 과학평론가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와 영국 런던 왕립천문학회, 미국의 여러 연구기관이 암흑물질을 알리기 위한 과학 대중화 행사(www.darkmatterday.com)를 공동 개최했다. 입자물리학의 전문가들은 암흑물질을 발견하기 위해 대체 어떤 실험들을 하고 있는지 소통하며 그 중요성을 알렸다. 우리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별과 행성들은 보통물질로 만들어져 있다. 이 보통물질은 우주의 약 5%를 차지하고, 나머지는 암흑물질(27%)과 암흑에너지(68%)다.
우리가 보는 건 모두 빛이 물질에 반사되므로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암흑물질은 빛과 그 어떤 상호작용도 하지 않는다. 암흑이라는 건 자칫 검다고 오해할 수 있지만 사실 투명함에 가깝다. 암흑물질은 우리 주변에 존재하며 1초에 수십억 개가 우리 몸을 통과한다. 암흑물질의 존재가 드러나면서 인류는 마치 플라톤의 동굴처럼 제한되고 고립된 채 살아온 셈이라는 걸 깨달았다.
1930년대엔 네덜란드의 얀 오르트와 스위스의 프리츠 츠비키가 암흑물질의 가능성을 추측했다. 은하수에 있는 모든 물질의 질량과 별들의 속도 추정, 다른 은하의 주위를 도는 은하 관측 등을 통해 이 모두를 설명할 수 있는, 무거운 암흑물질이 있어야만 한다고 가정한 것이다. 1970년대엔 미국의 천문학자 베라 루빈이 암흑물질의 필요성을 확인했다. 별들이 은하에서 벗어나지 않게끔 잡아주는 중력의 역할이 요구되었던 것이다. 특히 은하 가장자리의 별들이 중심 부근의 별들과 같은 빠르기로 움직인다는 걸 발견했다.
가끔씩 오락실에서 농구공 던지는 게임을 한다. 제한된 시간 안에 점수를 넘겨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해 집중해서 농구공을 던져야 한다. 그런데 이따금 농구공이 골대 림 위에서 빙빙 돌 때가 있다. 계속 돌고 있으면 순간이 영원 같다. 그러면서 적당한 힘과 속도가 주어지면 농구공이 영원히 떨어지지 않을 수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이는 은하수에 있는 별들이 그 은하의 중심을 공전하며 이탈하지 않는 이유와 비슷하다. 너무 많은 힘이 가해지면 농구공과 별들은 자신의 궤도를 벗어날 것이다.
현재 과학자들은 암흑물질이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조차 이해하지 못한다. 유력한 가설 중 하나는 암흑물질이 약하게 상호 작용하는 무거운 입자, 즉 윔프(WIMPs)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윔프는 중력과 힘에 작용한다. 밀도가 충분히 높으면 윔프는 서로를 소멸시키고 중성미자로 붕괴될 것이라고 간주된다. 하지만 윔프는 입자물리학의 표준모델은 아니며 그 어떤 관측도 아직 성공하지 못했다.
암흑물질의 본질을 이해하면 빅뱅 직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우주가 어떻게 지금과 같은 모습이 되었는지, 우주의 밀도를 파악해 앞으로 우주가 팽창할지 수축할지를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암흑물질은 끌어당기는 힘이 있는데, 이로써 현재 은하가 생성되는 데 필요한 밀도 변화의 수준을 엄청나게 낮춰줬다. 암흑물질이 적절한 수준으로 지탱해준 덕분에 생명이 존재하는 은하계가 탄생한 것이다.
암흑물질이 중요한 이유는 은하계가, 인류가 뭉칠 수 있도록 중력을 제공한다는 데 있다. 특히 인류가 겸손한 자세로 우주를 바라볼 수 있도록 해준다. 우주의 대부분을 알 수 없다는 사실, 어찌 보면 그 자체만으로 기념할 만한 일이다.
김재호 과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