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마츠코역 더블캐스팅된 아이비-박혜나
뮤지컬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에서 주인공 카와지리 마츠코 역을 맡은 아이비(왼쪽)와 박혜나. 두 배우는 “마츠코를 평생 남자에게 상처받는 캐릭터보다는 소신을 갖고 삶에 맞서 싸우는 캐릭터로 그려내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이 뮤지컬은 일본 작가 야마다 무네키의 베스트셀러 소설(2004년)을 원작으로 한 작품. 국내에선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일본 영화가 인기를 끌면서 유명해졌다. 이 뮤지컬은 마츠코의 조카 쇼가 죽은 마츠코의 유품을 정리하는 것을 시작으로 상처만 안긴 세상을 뜨겁게 살다 간 마츠코의 인생을 흡인력 있게 다룬 작품이다.
10일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이 공연 중인 두산아트센터에서 만난 아이비와 박혜나는 모두 이 작품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아이비는 “동명 영화의 열렬한 팬이라 이 작품이 창작 뮤지컬로 만들어진다는 소식을 듣고 대본은커녕 제작사와 연출가가 누군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무조건 이 작품을 하겠다고 덤벼들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아이비는 대형 라이선스 해외 뮤지컬 섭외 제안을 고사하고 중극장 규모의 창작 뮤지컬인 이 작품을 선택했다.
두 여배우는 사실 외모 이미지나 목소리 톤이 전혀 다르다. 아이비는 뮤지컬 ‘시카고’의 록시 하트, ‘아이다’의 암네리스 공주, ‘위키드’의 글린다 역을 연기하며 주로 화려하고 섹시한 캐릭터를 도맡아왔다. 반면 뮤지컬 ‘위키드’의 초록마녀로 이름을 알린 박혜나는 ‘데스노트’의 사신 렘 등 강렬한 여성 캐릭터를 잘 소화해냈다. 풍부한 성량과 깔끔한 고음처리는 박혜나의 장점이다.
아이비는 “혜나의 노래 실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사람들이 노래로 비교하면 어떡하지 고민했던 게 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 아이비는 한동안 뮤지컬 ‘벤허’ 공연과 이 작품의 연습을 병행했다. 그는 “‘벤허’ 대기실 등에서 ‘혐오스런…’의 넘버(음악)를 하도 연습하니까 벤허의 모든 출연 배우들도 외울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에 박혜나는 “아이비가 앓는 소리를 많이 하는 스타일”이라며 “아이비는 무대에 서면 관객의 시선을 강탈하는 매력이 있는 배우다. 특히 이번 작품에선 아이비의 연기 스타일은 마츠코란 캐릭터와 접점이 많다”고 칭찬했다.
같은 배역을 연기하지만 서구적인 외모의 아이비 분장 콘셉트는 ‘최대한 자연스럽게’인 반면에 동양적인 마스크인 박혜나는 ‘최대한 화려하게’다. 아이비는 “혜나는 선이 고운 배우라 아무리 진하게 화장해도 야한 느낌이 심하지 않은데 저는 조금만 과하게 분장해도 예쁘지가 않다”며 “제가 스스로 투명 메이크업을 하고 무대에 오른다”고 말했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