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결승에 오른 두 축구팀이 서로 감독을 바꿔 경기를 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또는,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두 야구팀이 감독을 서로 바꿔 보면 어떨까요? 최고의 성적이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흥미진진한 경기 내용을 선보일 수는 있을 듯합니다. 물론 상상에서나 가능한 얘기입니다.
그런데 오케스트라의 세계에서는 이런 일이 가능합니다. 연주를 하는 사람들은 오케스트라 단원들이지만, 오케스트라는 지휘자가 자신의 음악적 해석을 투사하는 ‘악기’와 같거든요. 한 오케스트라의 ‘수장’인 예술감독 또는 상임지휘자만이 그 오케스트라를 지휘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다른 곳에서 온 ‘객원’ 지휘자가 특정 콘서트만을 맡아서 지휘하는 일도 늘 벌어집니다. 그러다 보니 ‘라이벌’이라고 할 수 있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가 와서 지휘봉을 잡는 일도 생깁니다.
오늘날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로 가장 먼저 꼽히는 곳들이 독일의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헝가리의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네덜란드의 로열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 등입니다. 물론 듣는 귀에 따라 호불호는 갈리죠. 그런데 신흥 강자인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인 피셰르 이반이 전통의 강호인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지휘대에 올라가는 일도 벌어집니다. 예를 들어 12월 21일 베를린 필하모니 홀에서 열리는 콘서트가 그렇습니다. 이날 베를린 필 연주는 이 악단의 ‘라이벌 감독’이라고 할 수 있는 피셰르(사진)가 지휘봉을 잡습니다. 피셰르는 베를린의 또 하나 명문악단인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수석지휘자이기도 합니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