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신용대출 ‘서울형 마이크로크레디트’ 대출액 400억 눈앞
서울 동대문구 장한로에서 구두 가게 ‘구두수선박사’를 운영하는 이경임(왼쪽), 전금식 씨 부부. 서울형 마이크로크레디트 사업을 통해 종잣돈을 마련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이경임(59·여) 전금식 씨(60) 부부는 전남 목포에서 결혼하자마자 상경했다. 남편은 구두를 닦고 아내는 미싱을 돌렸다. 그렇게 한 푼씩 모아 1996년 폐차장을 차렸다. 이제 번듯하게 살아 보나 싶었지만 이듬해 외환위기가 찾아왔고 고철값이 폭락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인에게 속아 폐차장을 헐값에 빼앗기고 빚만 끌어안았다. 좌절한 남편이 술을 끼고 사는 동안 이 씨는 식당 주방에서 일하다 허리를 다쳐 장애 5급 판정을 받았다.
“다시 일어서 보자고 시작한 게 천호동 사우나 구둣방이었어요. 한 달에 100만 원 정도 벌고 있는데 손님이 ‘사장님처럼 파산한 사람도 싼 이자에 창업자금을 빌릴 수 있다’고 알려주더라고요.”
마이크로크레디트는 이 씨 부부처럼 저소득층의 자립을 돕기 위한 소액신용대출을 일컫는다. 1970년 방글라데시 무함마드 유누스 치타공대 교수가 빈민 42명에게 27달러를 빌려주면서 시작한 그라민 은행이 시초다. 서울시는 2012년 우리은행과 협약을 맺고 서울형 마이크로크레디트 사업을 시작했다. 차상위 계층이나 연소득 2600만 원 이하 저소득층, 실직자, 장애인, 새터민 등이 서울에서 창업을 희망할 때 3000만 원까지 빌릴 수 있다.
광진구 자양동 숯불닭갈비 전문점 ‘계탄집’도 서울형 마이크로크레디트의 도움으로 시작됐다. 2015년 8월 개업하자마자 맛집으로 소문나며 자영업 성공신화를 쓰고 있다. 계탄집 김성우 대표(34) 부부는 2013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꿈꾸던 요식업에 도전했다. 2년간 각각 주방 보조와 홀 종업원을 하며 일을 익히고 아이템 구상도 마쳤지만 막상 식당을 차리려니 돈이 모자랐다.
김 대표는 “회사 다닐 때만 해도 친근하던 은행은 ‘식당 알바생’ 부부에겐 냉정했다”며 “마침 서울시 마이크로크레디트 소식을 듣고 그동안 준비한 사업계획서를 냈더니 3000만 원을 선뜻 빌려줬다”고 말했다. 현재 계탄집은 직영점 2곳과 가맹점 10곳을 둔 프랜차이즈 사업이 됐다. 연매출 10억 원을 올리고 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