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경 인사권까지 가진 감찰기구… 청장은 일선서장 승진도 못시켜 경찰내부서도 “과도한 권한 부여”
민간기구인 경찰위원회를 국무총리 소속의 장관급 중앙행정기구로 격상시키고 경찰청을 행정안전부에서 독립시키는 방안이 추진된다. 민간인이 위원장을 맡는 경찰위원회에 경찰 인사권과 감찰권 등을 부여해 차관급인 경찰청장을 실질적으로 관리, 통제하는 것이다. 조직 형태는 위원회지만 사실상 경찰청을 담당하는 새로운 장관급 부처가 생기는 셈이다.
경찰개혁위원회가 14일 발표한 권고안에 따르면 경찰위는 경찰청장 권한을 상당 부분 직접 통제하게 된다. 경찰청장이 경정에서 총경 이상의 승진 인사, 경무관 이상의 전보 인사를 하려면 경찰위 심의·의결을 받아야 한다. 지금까지는 경찰청장이 총경까지는 대부분의 인사권을 발휘했다. 경무관 이상 인사도 청와대의 뜻이 일부 반영되기도 하지만 경찰청장의 뜻이 상당 부분 반영됐다.
이대로라면 경찰청장은 일선서 과장급인 경정까지만 승진 인사권을 갖게 된다. 12만 경찰 조직의 수장이 4급 공무원이자 일선서장인 총경조차 뜻대로 승진시킬 수 없는 것이다. 개혁위 관계자는 “총경급인 경찰서장을 시민의 품으로 가져오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반면 경찰 관계자는 “경찰위원회에 과도한 권한을 부여한 측면이 있어 향후 입법 과정에서 조정될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경찰위는 국가인권위원회처럼 국회와 대통령, 대법원장이 위원 3명씩을 뽑아 총 9명으로 구성된다. 경찰위는 경찰청장과 향후 설치될 국가수사본부장에 대한 임명제청권을 갖게 된다. 위원장은 4년 단임제로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며 국무회의에 출석해 발언권을 갖는다. 경찰 출신은 맡을 수 없도록 했다.
권고안대로 경찰위가 격상되려면 경찰법뿐 아니라 정부조직법을 바꿔야 해 국회의 문턱을 넘어야 한다. 개혁위 관계자는 “청와대 결단이 필요한 사안이다. 경찰이 정치적 외풍에서 독립하려면 반드시 실질적 권한이 있는 경찰위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