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동리-목월문학상 소설가 김숨-시인 송재학
《 김숨 소설가(43)가 제20회 동리문학상 수상자로, 송재학 시인(62)이 제10회 목월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수상작은 김 씨의 장편 ‘바느질하는 여자’와 송 씨의 시집 ‘검은색’이다. 동리·목월문학상은 경북 경주 출신인 소설가 김동리(1913∼1995)와 시인 박목월(1916∼1978)을 기리기 위해 만들었다. 경주시와 경북도, 한국수력원자력이 공동 주최하고, 동리·목월기념사업회가 주관한다. 상금은 각각 7000만 원. 시상식은 12월 8일 오후 6시 더케이호텔경주에서 열린다. 》
김숨 소설가는 “바느질에 대해 배우기 위해 경주의 공방을 갈 때마다 전생의 시간이 흐르는 듯 아득하고 묘한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동아일보DB
▼ 동리문학상 김숨 ‘바느질하는 여자’ ▼
전통기법 누비 바느질로 한복 만드는 名匠의 굴곡진 삶 그려
“고독 속에서 절대적인 시간을 필요로 하는 바느질을 통해 무언가를 만드는 행위를 흠모해 왔어요. 숨은 명장들에게 눈길이 갔고요.”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13일 만난 김숨 소설가는 장편 ‘바느질하는 여자’를 쓴 계기를 이렇게 말했다. ‘바느질…’은 전통 기법인 누비 바느질로 한복을 만드는 수덕과 두 딸 금택, 화순의 굴곡진 삶을 그렸다.
그는 소설을 위해 8개월간 서울과 경주를 오가며 누비 바느질에 대해 배웠다. 고요한 가운데 바느질과 운명처럼 얽힌 여러 여인의 평탄치 않은 삶이 펼쳐지며 은근한 에너지를 뿜어낸다. “인내심 강하고 명민한 수덕은 지독한 외로움 속에서 옷을 완성했을 때 황홀감을 느껴요. 예술가죠.”
그는 작품 속 여인들이 바느질을 거부할 수 없었던 것처럼 자신과 글쓰기의 인연도 그러하다며 조용히 웃었다. 매일 글을 쓰며 꾸준히 작품을 내는 그의 모습이 곁눈 한 번 주지 않고 한 땀 한 땀 뜨며 옷을 짓는 수덕과 겹쳐졌다.
송재학 시인은 “미학적으로 완성된 세계 너머를 보기 위해 보르헤스와 미당 서정주 선생의 작품을 반복해 필사했다”고 말했다. 송재학 씨 제공
검은색 통해 삶의 본질 봐… 향토적 언어로 자기만의 스타일 구축
검은색은 모든 빛을 다 받아들이지만 스스로는 아무것도 내보내지 않는다. 송재학 시인은 검은색을 통해 삶의 본질을 들여다보고 반추를 거듭한 결과를 시집 ‘검은색’에서 강렬한 시각적, 청각적 이미지로 토해냈다.
대구에 사는 그는 13일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고교 시절 목월 선생님의 자작시 해설집 ‘보랏빛 소묘’를 보고 또 봤다. 하염없는 괴로움 속에서 시의 언어를 건져 올리는데, 이런 저를 문학이 다정하게 포옹해주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깊은 성찰의 결과를 향토적 언어로 풀어내며 자기만의 스타일을 구축한 작가라는 평가를 받는다. 검은색은 사물의 가장 깊고 무거운 곳을 들여다보는 것과 같은 의미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사물 속으로 들어가 본질을 파악하려고 애씁니다. 전율을 느끼며 통점에 시가 맺힐 때 문학의 세계로 더 깊숙이 다가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