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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흑역사’ 잘 알았던 이병기, 원장 내정에 주저했지만…

입력 | 2017-11-15 03:00:00

남재준 ‘댓글’ 경질뒤 소방수로… 靑비서실장땐 무력감 종종 호소




박근혜 정부의 초대 주일 대사로 있던 이병기 전 국가정보원장이 정보기관 수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은 2014년 6월. 대선 당시 댓글 사건으로 국정원의 개혁 요구가 불거지자 박 전 대통령은 남재준 전 원장을 경질한 뒤 이 전 원장을 소방수로 투입했다.

그러나 이 전 원장은 국정원장 내정에 선뜻 내켜하지 않았다는 게 주변 사람들의 전언이다. 노태우 정부 ‘실세’ 의전수석을 거쳐 김영삼 정부에서 국가안전기획부 특보와 2차장을 지낸 터라 정보기관의 ‘흑역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원세훈 전 국정원장도 대선 개입 의혹 및 개인 비리 문제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던 터였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이 전 원장은 국정원장이란 자리가 결국 자신을 겨누는 칼날이 될 수 있음을 예감했던 것 같다”고 했다.

국정원장 시절 청와대 ‘문고리 3인방’과 인사 등을 두고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진 그는 8개월 만인 이듬해 2월 ‘정윤회 동향 문건’ 파문의 후폭풍으로 인한 개각에서 김기춘 전 비서실장 후임으로 대통령비서실장으로 발탁됐다. 이 전 원장은 재임 당시 주변에 무력감을 종종 호소했다. 한 정치권 인사가 박 전 대통령에게 메시지를 전하려 하자 그는 “나도 요즘 대통령을 만날 수가 없다”고 했다는 후문이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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