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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빠르고 세금 혜택 많은 폴란드로 갑니다”

입력 | 2017-11-16 03:00:00

국내외 기업들 현지 진출 러시




LS전선, LG화학 등 한국 기업들이 잇달아 폴란드에 진출하고 있다. 과거 주변 강대국들의 침략이 끊이지 않았던 비운의 국가가 2000년대 들어 ‘기회의 땅’으로 떠오르고 있다. 폴란드의 지리적 이점,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등이 글로벌 기업을 속속 폴란드로 끌어당기고 있다. 한국 기업들도 유럽 시장의 생산 거점을 폴란드에 마련하기 위해 경쟁에 나선 모양새다.

LS전선은 이달 초 폴란드 남서부 지에르조니우프에 자동차 배터리용 부품생산법인 LS EV 폴란드를 세운다고 발표했다. 한국 전선업체가 유럽에 공장을 세우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인 LS전선은 인근의 외국 자동차 업체들에 납품이 쉽다는 점 등 때문에 폴란드를 선택했다.

진출 규모로는 LG화학이 가장 크다. 지난달 5일 폴란드 브로츠와프에서 첫 삽을 뜬 LG화학 폴란드 전기차 배터리 공장은 완공되면 유럽에서 가장 큰 전기차 배터리 공장이 된다. 투자금은 4000억 원이고 연간 전기차 10만 대분의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다. 역시 유럽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을 추진하는 SK이노베이션도 폴란드를 유력 후보지로 놓고 고심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달 최종 건설지역을 결정해 발표할 계획이다. 한라그룹의 자동차부품 계열사 만도는 이미 2014년 폴란드에 현지 생산공장을 짓고 가동하고 있다.

제조업뿐만 아니라 금융계도 폴란드에 거점을 차리고 있다. 신한은행은 2014년 현지 사무소를 열어 시장조사에 들어갔고, 우리은행도 올 2월 동유럽 영업을 총괄 담당하는 현지 사무소를 폴란드에 열었다. IBK기업은행도 연내 폴란드에 진출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상태다.

이처럼 한국 기업이 앞다퉈 폴란드에 깃발을 꽂는 이유는 현지 산업의 빠른 성장 때문이다. 특히 철강, 전자, 유통, 섬유, 금융 등 전 분야에 파급력이 큰 자동차 산업을 폴란드 정부가 주력으로 밀고 있다. KOTRA 현지 보고서에 따르면 폴란드 정부는 1990년대 중반부터 자동차 산업을 적극 지원해, 올해는 수출액이 250억 유로(약 32조8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서 피아트, 폴크스바겐, 메르세데스벤츠, 도요타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현지에 생산공장이나 연구개발 센터를 세웠다. LG화학이나 LS전선이 현지에 전기차 배터리 및 부품공장을 짓는 것도 이들 기업과의 시너지 효과, 부품 공급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전자상거래, 게임산업도 급성장하고 있다.

인력도 강점이다. 현지 진출을 준비 중인 한 한국 기업 관계자는 “폴란드 국민은 한국과 국민성이 매우 닮아 성실하고 장시간 근로도 마다하지 않는다. 다른 유럽인들이 야근을 기피하고 힘든 일을 싫어하는 것과는 다르다”고 평가했다. KOTRA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폴란드 현지의 자동차 부품생산 경력직 보수는 월 140만 원 수준이다. 게다가 폴란드 정부는 외국 기업이 현지에 투자하면 25∼50%의 법인세 면제 혜택까지 주고 있다.

유럽 시장 공략에도 이점이 많다. 지리적으로 폴란드는 유럽의 중심에 있어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 동유럽뿐만 아니라 독일, 영국 등 서유럽으로 제품을 수출하기에도 유리하다. 현대자동차 공장이 있는 체코, 기아자동차 공장이 있는 슬로바키아까지 차로 1시간∼1시간 반 거리라 자동차 부품 관련 한국 업체들이 탐을 내는 요충지다. 한 재계 관계자는 “동유럽 시장은 잠재적으로 성장할 여지가 많고 전기차 등 미래 첨단 산업을 공략하기에도 폴란드는 여러 이점이 많다. 한국 기업의 진출이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