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 1등에 임원까지 도맡았던 모범생 남매는 각각 고3, 고2 때 자퇴했다. 둘은 1년 6개월간 방 안에 틀어박혀 게임만 했다. 엄마는 그 기간 세 번 교통사고를 당하고 세 번 교통사고를 냈다. 자랑거리이던 남매가 돌변했는데 넋 나가지 않을 엄마가 어디 있으랴. 세상을 원망하던 저자는 칭찬 한마디 하지 않고 아이를 몰아갔던 자신이 문제였음을 발견한다. 결국 아들은 ‘이름도 모르는 대학’ 문예창작과를 나온 뒤 현재 철학공부를 하고 있고, 딸은 제과·제빵을 배우다 뒤늦게 미국에서 심리학을 공부해 청소년상담기관에서 일하며 제 몫의 삶을 살게 됐다. 엄마가 집착을 놓은 뒤의 결과다.
▷동아일보가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와 공동으로 소아청소년 전문의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9%가 과도한 사교육에 기인한 이상 증상을 보인 학생을 진료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아직 어려서 의사표현을 못하는 아이들은 “학원 가기 싫다”는 말 대신 틱장애, 우울감, 자살충동 등 이상반응을 보이게 된다. 때리고 굶기는 것만이 학대가 아니고, 좋은 대학을 나와야 한다는 이유로 과도하게 학원에 보내는 것도 정서적 학대라는 동아일보 기획시리즈에 독자들의 반응은 뜨겁고 또 무거웠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