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대통령과 암묵적 의사연락” 박근혜 前대통령 재판서도 관련 혐의 유죄 가능성
정호성 전 대통령부속비서관(48·구속 기소)이 15일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정 전 비서관은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에게 청와대 문건을 유출한 혐의(공무상 비밀누설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정 전 비서관에게 실형을 선고하면서 “피고인은 고도의 비밀 유지가 요구되는 각종 문건을 오랜 기간 반복적으로 민간인인 최 씨에게 전달해 공직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무너뜨렸다”고 밝혔다. 또 “국정질서를 어지럽혔으며 전체 국정농단 사건의 단초를 제공해 국민에게 큰 실망감을 안겼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정 전 비서관이 대통령의 지시를 거부하기 어려웠던 점과 범행이 본인의 사익 추구를 위한 게 아닌 점을 양형에 참작했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5일 정 전 비서관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또 정 전 비서관과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의 공모 관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대통령의 포괄적, 명시적 또는 묵시적 지시에 따라 피고인이 해당 문건을 최 씨에게 보낸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며 “대통령과 피고인 사이에는 공무상 비밀 누설 범행에 대한 암묵적 의사 연락이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어서 공모 관계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의 청와대 문건 유출 혐의가 1심 선고에서 유죄로 인정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과 정 전 비서관은 재판부가 같다.
정 전 비서관은 국가정보원에서 특수활동비를 전달받은 혐의로 추가 기소될 가능성이 높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특활비를 상납받아 사적인 용도로 쓴 혐의를 조사한 뒤 박 전 대통령과 정 전 비서관을 함께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권오혁 hyuk@donga.com·허동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