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나선 中 공유자전거, 소비자 위한 경쟁과 혁신으로 4차 산업혁명 그 자체 보였다 서울 ‘따릉이’는 官이 편하자고 되레 민간혁신 잡아먹을 판 공공부문이 기업할 생각 말고 민간의 혁신제품 구매를 하라
이정동 객원논설위원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
이용자가 필요한 시간에 손만 뻗으면 되는 곳에 어느 기업이 깨끗한 자전거를 가져다 놓는가가 비즈니스 경쟁의 생사를 좌우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전거 공유 기업들은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핀테크 그리고 첨단의 물류 시스템으로 무장한 채 밤새워 기술을 개발하고 서비스를 업데이트해 나간다. 4차 산업혁명 그 자체다.
물론 문제도 적지 않게 드러나고 있다. 자전거 도난으로 인한 손실을 견디다 못해 파산한 기업도 있고, 심지어 사람들이 자기만 아는 곳에 숨겨 놓고 사실상 전용으로 쓰는 황당한 일도 많다. 실제로 출퇴근 시간에 역 부근을 지나갈 때 도시 미관이 문제가 될 정도로 어지럽게 자전거들이 엉켜 있는 것을 직접 보기도 했다.
서울에서도 공유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선전에서 볼 수 있는 모델과 달리 시가 정해 놓은 곳에서만 빌리고 반납해야 한다. 사소한 차이 같지만 공유서비스의 본질을 고려한다면 사실은 결정적인 차이다. 이용자의 바로 옆에 서 있는 선전의 공유 자전거와 정해진 거치대를 어렵게 찾아가야 하는 서울의 공유 자전거, 이 차이는 도대체 왜 생긴 것일까?
바로 기업과 공공부문의 행동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이용자의 관점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치열하게 찾기 마련이지만, 고객의 선택압력이 없는 공공부문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관리가 수월한 것이 우선이 되기 쉽다. 지금 국내 상황에서는 공공이 세금으로 싸게 운영하니 역설적으로 민간기업이 그 나름의 비즈니스를 시도해 볼 모판 자체가 없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특히 유럽을 중심으로 ‘기업가형 국가’라는 표현이 널리 쓰이고 있다. 침체된 산업의 활력을 되살리고, 특히 새롭게 등장하는 기술혁신을 선도하기 위해 공공부문 스스로가 기업가정신으로 무장하고, 산업혁신을 위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기업가형 국가’라는 개념이 서울의 공유 자전거처럼 공공부문이 직접 민간기업을 대신해 비즈니스를 하라는 것은 결코 아니다. 정확한 의미는 기업가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로 도전하고 꾸준히 개선해 나갈 수 있도록, 즉 스케일업해 나갈 수 있도록 공공부문이 시행착오 축적의 플랫폼 역할을 담당하라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공유서비스를 적극 허용하고 대신 도시 미관과 안전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를 기업과 같이 고민해가는 선전의 전략이 기업가형 국가의 개념에 더 어울린다.
기업가형 국가로서의 역할에 한 가지 더 첨언하자면 공공구매 시스템을 혁신지향적으로 바꾸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정부가 세금으로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할 때 기왕이면 기업들이 더 도전적인 시행착오를 해볼 수 있도록 혁신적인 제품을 구매해줘야 한다. 혁신지향적 공공구매는 그래서 시행착오 축적의 대표적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자면 당연히 공공부문이 똑똑한 소비자로서 혁신적 아이디어를 낼 수밖에 없도록 도전적인 구매 품목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고 감사 시스템을 혁신해 실무자를 보호해야 한다.
이정동 객원논설위원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