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완준 베이징 특파원
트럼프 대통령의 맏딸 이방카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 부부의 딸인 아라벨라는 두 정상의 만찬장에 영상으로 등장해 익숙한 중국 노래를 불러 중국인들을 기쁘게 했다. 게스트로 나온 쑤거 중국 외교부 산하 국제문제연구원 원장은 “신(新)시대 외교에 따라 중미 최고 지도자의 현 세대에서 다음 세대까지 양국의 우의가 이어져 내려가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신시대 외교는 시 주석이 집권 2기를 시작하면서 내놓은 ‘신형국제관계’다. 쑤 원장은 “(중국) 문화의 매력”까지 거론하며 트럼프에게 2500억 달러의 투자 선물을 안긴 이번 미중 정상회담의 승자가 중국임을 역설했다. ‘미국 대통령 손녀도 중국 문화를 배운다. 시 주석은 그런 미국 대통령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고 과시하는 것이다.
기대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시 주석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보란 듯이 사드를 거론했다. “한국이 역사적 책임을 기초로 중한관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사드 철수를 압박했다. 리커창 총리도 문 대통령에게 한중이 “사드의 단계적 처리에서 공통 인식에 도달했다. 한국이 성실히 계속 노력해 중한관계 발전의 장애를 깨끗이 제거하기 바란다”고 더 직설적으로 말했다.
중국 외교부 관계자들을 취재하니 중국은 지난달 31일 한중 발표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3불(不) 표명을 사드 철수의 1단계로 인식하고 있었다. 3불은 △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에 참여하지 않고 △한미일 군사동맹을 추진하지 않으며 △사드 추가 배치는 없다는 것이다. 2단계는 군 채널 등 한중 협의를 통해 사드를 최종적으로 철수시키는 것이다. 더 받아들이기 어려운 건 리 총리의 말처럼 이런 단계적 철수 해법에 한중이 공감했다고 여기는 것이다. 중국 측은 10월 31일 한중 발표문에도 이런 내용이 들어가 있다며 ‘사드 철수의 단계적 해법’에 의문을 갖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국 측이 사드는 봉인됐다며 외교 성과를 알리고 있던 시간에 중국은 강 장관의 3불 표명을 첫 단추로 사드 철수를 위한 단계에 들어섰다고 자평하고 있었을 것이다. 한중 간에 이면 합의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중국 입장에 따르면 사드는 봉인된 것도, 봉합된 것도 아니다. 한중관계 개선은 시 주석이 거둔 신시대 외교 성과 중 하나이자 사드 철수를 단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윤활유 같은 것이다. 중국 정부 입장에서 사드 합의는 시 주석이 국익을 양보하지 않았음을 자국민에게 선전할 수 있는 ‘아라벨라’가 될 수 있다. 다음 달 방중 정상회담에서는 사드가 거론되지 않는다 해도 중국이 사드 철수라는 목표를 버리지 않는 한 한중관계 개선에 계속 그림자가 드리워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