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10개 사립대 총장 ‘미래대학포럼’
미래대학포럼 소속 서울 주요 사립대 총장들이 대학의 미래를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인원 경희대 총장, 염재호 고려대 총장, 김혜숙 이화여대 총장, 김창수 중앙대 총장, 김용학 연세대 총장. 고려대 제공
15일 고려대 백주년기념삼성관에서는 서울 시내 10개 주요 사립대 총장 모임인 ‘제2회 미래대학포럼’이 열렸다. 지난해 결성된 이 포럼은 국내 10개 사립대의 미래 역할과 비전을 찾기 위한 것으로, 이날 경희대 고려대 서강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연세대 이화여대 중앙대 한국외국어대 한양대 등 10개 대학 총장 및 관계자 100여 명이 참석했다.
‘대학의 미래와 사학의 미래’를 주제로 기조발제를 맡은 염재호 고려대 총장은 “고려대는 구한말 식민지 시작 전에 ‘나라를 구하기 위해선 교육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시작된 학교”라며 “정부가 돈이 없어 국민들이 보내 온 금비녀 은비녀를 모아 건물을 세웠고 이런 정신은 다른 주요 사학들도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염 총장은 “그러나 최근 정부는 국내 최고 국립대에는 매년 4700억 원을 지원하면서도 사립대에는 사업비나 연구비 외에 단 1원도 지원하지 않는 실정”이라며 “과거 국립과 사립을 구별하지 않고 지원했던 교육용 기자재나 기초실험장비에 대해서도 지원이 전무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공계는 국가의 큰 자원인데 학생들은 ‘대학 기자재가 과학고보다 못하다’고 이야기한다”며 “8년 동안 등록금이 동결된 상황에서 정부 지원마저 전무하니 사립이 이공계를 이끌어 나가기가 쉽지 않다”고 개탄했다.
그는 해외 사례도 들었다. 생긴 지 20년 만에 아시아 대학 1위로 올라선 싱가포르의 난양공대는 정부가 6000억 원을 투자하고 있고, 일본 와세다대는 사립이지만 아무 조건 없이 정부가 학생 1인당 150만 원의 학비를 지원해 준다는 것이다. 또 대학의 판단에 따라 신입생도 원래 정원보다 30%까지 더 뽑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용학 연세대 총장은 “총장을 하면서 가장 놀랐던 게 대학에 대한 사회의 불신이 어떻게 이렇게 높은가 하는 점이었다”라며 “대학 적립금에 대해서도 무조건적인 비판을 하는데 알고 보면 장학기금도 적립금이고, 동문들이 건물 세우라고 기부한 돈도 적립금이다. 그게 왜 문제인지 모르겠다”고 되물었다.
조인원 경희대 총장은 “우스갯소리지만 ‘국공립대를 졸업한 사람은 다 공적 가치를 위해 일하고 사립대를 나온 사람은 다 사익만 취하냐’는 말이 있다”며 “국립이든 사립이든 고등교육의 의미는 사회의 인재를 키워내는 데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