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용 전 교통연구원 원장
교통섬이 지나치게 크다 보니 우회전 차선의 곡률이 완만해지기 마련이고, 자연히 고속 주행을 유도해 사고가 난다는 것이다. 교통섬을 길 안쪽으로 돌출시켜 차량이 회전할 때 별수 없이 천천히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는 대안이 제시되지만, 이는 우회전 차선 하나를 잡아먹게 되어 병목현상과 다른 형태의 교통사고를 유발할 것이다. 이제 이런 땜질식 개선 방안을 벗어나 애초에 왜 이런 교통섬을 만들게 되었는지 그 원인을 찾아 고쳐야 한다.
우리 도시는 택지 개발 혹은 주택단지 개발 공사를 통해 발전한다. 주택단지를 개발하려면 당연히 입주민의 생활을 배려해 계획을 세워야 한다. 필자가 살던 캐나다는 자치구별로 교육청이 거주 인구수를 꾸준히 모니터하고 있다. 이 때문에 주택단지가 들어설 경우 입주하게 될 아동수를 예측할 수 있으며, 일정 수의 아동에 대해 학교 부지를 제공하고 아동들이 절대로 큰길을 건너 등교하는 일이 없도록 도로를 계획한다. 이 외에도 일정 인구수를 위해 교회나 주유소 등 생활편의시설의 위치를 적절히 배치하는 등의 규정들이 법으로 정해져 있다.
이렇게 도로와 주택 개발을 각각의 담당 행정부서가 개발 단계별로 관장하고, 총괄 계획을 전담하는 조직 하나 없이 바로 건설을 하다 보니 인구와 차량의 증가에 따라 교통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여기에 이런 문제를 임기응변식으로 대처하려다 보니 시간이 갈수록 효과 없는 규제만 빈발하는 것이다. 이제는 세계 10대 경제대국답게 모니터-예측-계획-설계라는 보편적 행정절차를 따르도록 행정을 선진화해야 한다.
신부용 전 교통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