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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발 물러선 사우디… 레바논 총리 “이틀내 귀국”

입력 | 2017-11-16 03:00:00

사우디 체류 10일만에 트위터에 글… TV인터뷰선 조건부 사퇴철회 밝혀
사우디 억류說… 서방, 귀국 압박




이달 초 사우디아라비아 방문 중 전격 사임한 사드 하리리 레바논 총리가 귀국 계획을 밝혔다. 사우디가 하리리 총리의 사임을 종용하고 억류했다는 의혹이 짙어지면서 그를 집으로 돌려보내라는 서방의 압박에 사우디가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하리리 총리는 14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나는 괜찮고, 신의 뜻대로 앞으로 이틀 안에 돌아갈 것”이라고 귀국 계획을 밝혔다. 이날 사우디를 방문한 베샤라 알라히 레바논 마론파 기독교 총대주교를 만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트위터에 글을 남긴 것이다.

하리리 총리는 4일 사우디에서 갑작스러운 사임을 발표해 중동 정세에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다. 이란이 시아파 무장정파인 헤즈볼라를 통해 레바논의 내정을 간섭하고 있으며 자신이 암살 위협을 받고 있다는 것이 자진 사퇴의 배경이었다. 하리리 총리가 사임을 발표하자 사우디는 헤즈볼라가 레바논 정계를 장악한 것은 “사우디에 대한 선전포고”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이 같은 사태는 사우디가 연출한 ‘잘 짜인 각본’이라고 중동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사우디가 레바논 헤즈볼라의 세를 꺾기 위해 하리리 총리를 정치 인질로 삼았다는 것이다. 중도우파 정당 미래운동의 지도자인 하리리 총리는 레바논의 안정을 위해 헤즈볼라와 타협해 왔다.

하리리 총리는 12일 레바논 퓨처TV를 사우디 수도 리야드로 불러 인터뷰를 갖고 “헤즈볼라가 정치 중립을 지킨다는 조건으로 사퇴를 철회할 수 있다”며 한 단계 톤을 낮췄다. 그러나 그는 인터뷰 내내 불안한 기색을 보였고, 눈물까지 글썽거리는 모습으로 의혹을 더욱 키웠다. 일각에서는 그가 인터뷰 말미에 카메라에 잡힌 남성의 눈치를 보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서방이 사우디와 이란의 대리전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면서 결국 사우디가 한발 물러섰다는 평가도 나온다. 앞서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10일 하리리 총리의 사우디 억류설에 대해 부인하면서도 “사임하더라도 레바논에 돌아가 공식적으로 발표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임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해소하고 레바논 정부 기능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취지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유럽연합 외교안보 고위대표도 14일 “하리리 총리와 그의 가족이 레바논으로 조속히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카이로=박민우 특파원 min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