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을 하루 앞둔 15일 경북 포항에 지진이 일어나자 교육부 등 관계 부처는 신속하게 움직였다. 이는 수능 당일 지진 발생 시 행동요령 매뉴얼이 마련돼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경북 경주 지진이 발생하자 동아일보는 ‘수능 때 지진이 발생하면 대응할 매뉴얼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후 교육부가 ‘수능 당일 지진 발생 시 행동요령’을 발표할 때까지 네 건의 후속 보도를 이어갔다.
본보 보도는 경주에서 현대 지진 계측 사상 최대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자 해당 지역 수험생들을 중심으로 ‘수능 때 지진이 일어나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우려가 커진 데 따른 것이었다. 지진으로 피해를 본 학교가 많은 경북도교육청도 당시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지진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당초 교육부는 미온적이었다. 오히려 본보가 처음 수능 시 지진 대응 매뉴얼이 필요함을 지적하자 ‘기상청은 최근 발생하는 것은 여진이며 새로운 지진이 날 가능성은 낮다고 발표한 바 있음. 수험생은 수능 연기, 무효화 등 근거 없는 소문에 현혹되지 말고 수험 준비에 매진해 주기 바람. 수험 준비를 저해할 수 있는 추측성 보도·표현은 자제하는 배려를 부탁드림’이란 내용의 설명 자료를 내기도 했다.
경북 경주 지진 발생 이후 열흘가량 지나도 수능날 지진 발생 상황에 대해 뾰족한 대안을 찾지 못했던 교육부는 결국 수능을 9일 앞두고 ‘수능 당일 지진(여진) 발생 시 행동요령’을 내놓았다. 여기에 ‘진동이 크고 실질적 피해가 우려될 때는 운동장으로 대피해야 한다’는 등의 가이드라인이 포함됐다.
김하경기자 whats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