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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만 “산업규제, 백지상태서 다시 봐야”

입력 | 2017-11-17 03:00:00

김부총리 만나 전문가 제언 책 전달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오른쪽)이 16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나 기업인과 전문가의 정책 요구를 담은 제언집을 건넸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나 정부에 대한 기업들의 요구사항을 담은 책자를 주며 재계의 목소리를 냈다. 박 회장은 특히 규제에 가로막힌 새로운 산업 분야를 살리기 위해 백지 상태에서 현실적 대안을 다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6일 오전 박 회장은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김 부총리를 만나 대한상의가 만든 ‘최근 경제 현안에 대한 전문가 제언’ 책자를 전달했다. 28쪽 분량의 이 책자엔 사업을 가로막는 규제에 대한 기업의 목소리와 전문가들의 의견이 담겼다.

당초 오전 10시 반부터 예정됐던 회동은 김 부총리와 주한 중국대사와의 면담이 길어져 15분가량 늦게 시작됐다. 박 회장은 “경제가 예상보다 좋아져 다행이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운을 뗐다. 그는 “현장 기업인들의 목소리도 듣고 진보, 중도, 보수 전문가 50분도 모셔 의견을 정리했다”고 덧붙였다. 김 부총리는 “중소기업, 중견기업, 대기업이 다 혁신 성장의 주역”이라고 기업을 치켜세웠다. 그는 “대기업은 국제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고, 창업 기업들에는 생태계를 조성해 링크(연결)시켜주는 것이 저희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박 회장은 정부 경제정책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완곡히 주문했다. 그는 “내용을 보면 아시겠지만 과거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는 것들이 있는데 이해관계자들의 저항에 부딪혀 못 하는 것들이 있다. 백지 상태에서 현실적 대안을 다시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제언집에서 “빅데이터, GPS 등 4차 산업 분야에 대한 규제가 너무 많다” “한국은 의술, 교육열이 최고인데 서비스 산업으로 연결시킬 수가 없다” “좋은 기술이 있어도 제 값을 치르고 사는 곳이 없어 주저앉는 벤처기업이 많다” 등 고민을 쏟아냈다.

전문가들도 의견을 보탰다.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참여정부는 혁신형 중소기업 성장, 이명박 정부는 동반성장, 박근혜 정부는 경제민주화 등 양극화 해소 대책을 폈지만 기업 성장으로 연결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조성재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글로벌 기업들은 일하는 방식이 획기적으로 변하고 있는데 한국은 아직도 저임금, 장시간 근로에 의존한다”고 지적했다. 김 부총리는 “좋은 내용이 많아 경제팀에서 잘 활용하고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