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 간 전략적 제휴가 활발해지고 있다. 특히 이 중 상당수는 3개 기업 이상이 참여하는 다자간 제휴로 체결된다. 하지만 최근까지 다자간 제휴가 애초에 어떻게 이뤄지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었다. 이에 미국의 한 연구팀은 벤처캐피털의 공동투자 활동을 중심으로 다자간 제휴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을 실증 연구했다.
연구팀은 1985년부터 2008년 사이 미국에서 진행된 벤처투자 중 첫 펀딩 라운드에 3개 이상의 벤처캐피털이 참여한 투자 자료를 수집했다. 첫 라운드는 해당 벤처기업에 대한 벤처캐피털들의 최초 투자가 이뤄지는 시기이기 때문에 여러 벤처캐피털 간의 공동 투자 결정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살펴볼 수 있었다. 연구팀은 이 기간 중 실제 발생한 첫 라운드 벤처투자 1336건의 자료를 활용해 ‘발생할 수 있었으나 실제로는 발생하지 않은’ 가상의 벤처투자 6680건을 생성했다. 이 둘을 상호 비교함으로써 어떤 속성이 다자간 협력에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했다.
연구 결과, 참여하는 벤처캐피털의 수가 많고, 벤처캐피털들 간 업계 내 지위 격차가 클수록 과거 협력했던 경험이 있는 벤처캐피털들끼리 투자그룹을 형성하려는 경향이 강했다. 벤처캐피털은 투자 결정 시 위험에 대한 성향이나 의사결정 기준 등이 서로 상이하기 때문에 같은 벤처기업을 두고도 생각이 다를 수밖에 없다. 특히 공동투자자의 수가 늘어나고 각자의 업계 내 지위 차이가 커질수록 의견 차이를 조정하고 협력을 도모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는 과거에 같은 벤처기업에 공동투자 한 이력이 있는 벤처캐피털끼리 투자그룹이 구성될 가능성이 크다. 과거 협력 경험이 풍부할수록 견해차를 줄여 타협점을 찾기가 쉬워지기 때문이다.
강신형 KAIST 경영공학 박사 david.kang98@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