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포항 강진(强震)의 피해 복구가 본격화되고 있지만 지진 발생 이틀째인 어제까지 여진(餘震)이 40회 넘게 일어나 불안감이 여전하다. 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부상자가 60명, 이재민이 1500명을 넘었고 파손된 주택도 1200여 채로 집계됐다. 추위까지 닥쳐 이재민들의 고통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걱정스럽다.
정부는 어제 포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는 절차에 착수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시를 남발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며 “큰 원칙은 매뉴얼대로 하는 게 첫 번째다”라고 한 것은 적절한 방향 제시였다. 하지만 여야 정치인들이 앞 다퉈 피해지역을 찾아간 구태는 작년과 다르지 않았다. 의원들은 경주 지진 뒤 49건의 예방·대응 법안을 내놓고는 이 중 10건만 통과시킨 사실상의 직무유기부터 반성해야 한다.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일주일 연기되면서 대학별 수시와 정시모집 일정도 일제히 일주일 늦춰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페이스북을 통해 “정부는 종합적인 상황 판단 끝에 수능 연기를 결정했다”며 “우리 아이들의 안전과 수능의 공정성을 위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수능 연기에 당황하면서도 대승적으로 정부 결정을 수용하는 성숙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김상곤 교육부 장관은 고사장 안전점검과 시험지 보관을 비롯해 철저한 후속대책 마련으로 답해야 한다.
경주 지진 14개월 만에 포항을 강타한 지진, 그에 따른 수능 연기는 우리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새로운 현상이자 도전이다. 이제 언제라도 규모 7.0 이상의 대지진이 들이닥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지진은 남의 나라 얘기라는 인식의 전환과 함께 대지진에 대비한 인프라를 갖추는 등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 모두 힘을 모아 위기를 극복해도 모자랄 판에 일부 환경단체와 정치인이 강진으로 원전이 폭발한다는 영화 ‘판도라’가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괴담을 퍼뜨리고 있다. 자해 행위가 따로 없다. 지진이라는 천재지변에 대처하는 방법은 철저하게 과학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