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명 월선했다 긴급히 돌아가… 엎드린 자세로 조준사격도 유엔사, CCTV영상 공개 연기… 민감한 장면 담겨 파장 우려한듯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발생한 북한군 병사 귀순 사건 때 추격조가 군사분계선(MDL)을 침범한 정황이 드러났다. 또 추격조 가운데 일부가 엎드린 자세로 귀순 병사에게 조준사격을 하는 장면도 JSA 내 폐쇄회로(CC)TV에 촬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군 소식통에 따르면 JSA 내 CCTV 영상에는 귀순 병사를 뒤쫓던 북한군 추격조(4명) 가운데 1명이 MDL을 넘어서는 정황이 포착됐다. MDL 선상에 있는 중립국감독위원회 회의장 건물의 중간 아랫부분까지 내려왔다가 다른 추격조들이 부르자 황급히 되돌아가는 모습이 촬영됐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추격조는 멈칫하거나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MDL 월선 사실을 알고 당황했을 개연성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다른 소식통은 “사건 현장에는 MDL을 알리는 선이나 구조물이 없지만 영상을 보면 추격조 1명의 침범 상황을 충분히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군 병력의 MDL 월선은 중대한 정전협정 위반이다.
또 영상에는 MDL 이남으로 전력 질주하는 귀순 병사를 향해 추격조 일부가 엎드려 AK 소총과 권총으로 조준사격을 하는 모습도 담겼다고 한다. 한 소식통은 “이 때문에 귀순 병사가 5군데 이상 총상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군이 MDL을 침범했다면 유엔사·JSA 교전규칙에 따라 우리 군은 경고방송을 하고 이에 불응하고 도주하면 경고사격도 해야 한다. 하지만 군이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은 것으로 결론이 날 경우 후속 대처가 미흡했다는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유엔사는 CCTV 영상 일부를 16일 공개하려다 이를 무기 연기했다. 유엔사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의견 조율이 더 필요하다”고 이유를 밝혔다. 공개 승인권자인 빈센트 브룩스 유엔군사령관(육군 대장·한미연합사령관 겸임)이 일본 출장 중이어서 관련 절차가 지연된 측면도 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당초 유엔사는 이날 오전에 26초 분량의 CCTV 영상을 공개하려다 오후로 한 차례 미뤘다. 이 영상은 JSA에 설치된 여러 대의 CCTV의 촬영 분량 가운데 사건 장면을 모은 것이다.
이후 우리 군이 영상 길이가 너무 짧아 또 다른 의혹을 낳을 수 있으니 더 많은 분량(1분 이내)을 공개하자고 제안했고 유엔사는 이를 검토하다 결국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영상 속 자극적이고 민감한 내용이 공개될 경우 초래될 정치·외교적 파장과 국내 여론의 파급 효과를 고려해 최대한 신중을 기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유엔사 측은 “한국 언론에 영상을 공개해 최대한 사실에 부합하는 보도가 가능토록 한다는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고 설명했다. 다소 늦더라도 영상 공개가 이뤄질 것을 시사한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