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헌 정무수석 수뢰 의혹 사퇴
“어떤 불법도 관여한 바 없다” 전병헌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 16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사의를 표명하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차량에 타고 있다. 그는 기자들에게 “어떤 불법 행위에도 관여한 바가 없다. 진실 규명에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전 수석은 계속 결백을 주장했다. 기자들과 만나선 자신에 대한 의혹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논두렁 시계’ 논란을 연상케 한다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전 수석은 임기 초 문재인 대통령에게 줄 정치적 부담감을 견디지 못하고 16일 사퇴를 택했다. 청와대는 침묵을 지키며 전 수석 사퇴 파장 최소화에 나섰지만 내년도 예산안 처리 등 국회의 협조가 절실한 시점에서 정무수석 사퇴 후유증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 수석의 사퇴로 검찰의 수사는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 “현역 신분 檢 출석 안돼” 여론에 밀려
15일 오후,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과 전 수석이 마주 앉았다. 임 실장은 2012년 19대 총선 직전 보좌진의 비리로 당 사무총장직에서 물러나고 불출마했던 자신의 경험을 언급하며 “전 선배(전 수석)의 억울한 심정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고 말했다고 한다. 당시 검찰은 보좌진 비리를 임 실장이 공모했다고 기소했지만 결국 임 실장은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전 수석은 임 실장의 말에 “뜻을 알겠다”고만 말했고 이날 오전 수석회의 전 두 사람은 다시 한 번 30분가량 따로 이야기를 나눴다. 이후 전 수석은 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한 뒤 춘추관을 찾아 사퇴 기자회견을 가졌다.
전 수석의 결백 주장과 별개로 청와대 내에서는 “현역 수석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하는 것은 안 된다”는 기류가 강했다. 여기에 전 수석 보좌진의 구체적인 비리 혐의가 연일 보도되면서 “버티면 버틸수록 청와대에 부담이 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결국 임 실장이 총대를 멨고 전 수석이 이를 받아들였다. 일각에선 전 수석이 청와대 내부의 파워게임에서 밀린 것 아니냐는 분석도 없지 않다. 하지만 한 관계자는 “우리끼리 권력투쟁을 벌일 만큼 한가롭지 않다”며 고개를 저었다.
한편 청와대는 정무수석을 장기간 비워 두기에는 산적한 현안이 만만치 않다고 보고 후임자 물색을 시작했다.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위한 국회 협조는 물론이고 문 대통령이 강조한 개헌 추진 작업도 정무수석의 몫이다. 청와대 안팎에선 대선 직후 정무수석 후보군으로 전 수석과 마지막까지 경합했던 강기정 전 의원을 비롯해 최재성 오영식 전 의원, 김교흥 국회 사무총장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상황에 따라 청와대 내부에서의 승진 및 이동 가능성도 점쳐진다.
○ 전병헌 본격 조준하는 檢
검찰에 따르면 전 수석의 비서관 출신인 윤모 씨는 롯데홈쇼핑의 방송 재승인 심사에 문제점을 제기하지 않는 대가로 2015년 7월 전 수석이 명예회장으로 있는 한국e스포츠협회에 롯데홈쇼핑이 3억 원을 대회 협찬비로 내도록 한 혐의(제3자 뇌물수수) 등을 받고 있다. 검찰은 이 과정에 당시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이던 전 수석이 관여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또 검찰은 “후원금 중 일부는 회장님(전 수석)을 위해 쓴다고 동료 간부로부터 들었다”는 취지의 협회 관계자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 수석이 2015년 협회 예산으로 의원실 소속 인턴 2명에게 1명당 50만 원씩 월 100만 원을 약 1년간 지급한 내용의 자료도 확보했다. 다음 주 전 수석 소환 조사에서 이런 사실이 확인되면 우선 횡령 혐의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전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