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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호 “朴 前대통령이 직접 요구해 건넸다”

입력 | 2017-11-17 03:00:00

[국정원 특활비 수사]남재준-이병기 前국정원장 구속




법정 향하는 前국정원장들 박근혜 정부에서 국가정보원장을 지낸 전직 원장들이 1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으려고 법정으로 가고 있다. 이들은 재직 당시 청와대에 특수활동비 40억여 원을 상납하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왼쪽부터 남재준, 이병기, 이병호 전 원장.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뉴시스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요구받아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건넸습니다.”

1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321호 법정에서 열린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 이병호 전 국가정보원장이 “검찰 조사에선 누구에게 지시받았는지 말할 수 없다고 했는데, 여기에선 얘기하겠다”며 이같이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 특활비 상납을 박 전 대통령이 직접 요구했다는 진술을 한 사람은 이 전 원장이 처음이다.

이날 서울중앙지법에서는 이 전 원장을 포함해 박근혜 정부에서 국정원장을 지낸 남재준 이병기 전 원장의 실질심사가 진행됐다. 비공개로 진행된 영장심사는 오전 10시 반부터 오후 6시까지 7시간 반 동안 이어졌다. 세 사람 모두 착잡한 표정으로 법정에 들어서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단 한마디도 답하지 않았다.


이들은 국정원 특수활동비 40억여 원을 청와대에 상납하도록 지시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공여, 국고손실 등)를 받고 있다. 이병기 전 원장은 국회의원에게 특활비를 전달하도록 지시한 혐의도 받고 있다. 세 사람의 심리는 모두 서울중앙지법 권순호 영장담당 부장판사가 했다.

이 3명은 영장심사에서 “청와대의 요구로 돈을 줬을 뿐 범죄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활비를 청와대에 전달해 본 이득이 없기 때문에 범죄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반면 검찰은 국가 예산을 용도에 맞지 않게 전용한 것은 중범죄라는 점을 강조하며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변호인들은 증거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구속 수사를 호소했다.

남 전 원장은 심사에서 특활비 상납 경위에 대해 “국정원장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 중에 누군가가 ‘청와대에 돈을 줘야 한다’고 했지만 누가 말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청와대에서 우연히 만난 안봉근 전 대통령국정홍보비서관이 돈을 달라고 한 것 같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남 전 원장의 변호인은 “(청와대에서) 먼저 달라고 하니 ‘그 돈이 청와대 돈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서 준 것”이라며 “국정원장이 쓸 수 있는 활동비 중에서 그 돈을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정원 특활비 예산 중 일부는 청와대 몫으로 이해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검찰은 “남 전 원장이 고위공직자 신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한 일에 책임을 지지 않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에 남 전 원장은 “40년간 군인으로 살아왔고 군인으로서 자부심이 있다”며 “책임질 게 있으면 당연히 (책임을) 지지만 하지 않은 일을 했다고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강하게 반문했다고 한다.

이병기 전 원장은 “(특활비 청와대 상납이 법 위반이라는 점을) 몰랐다면 몰랐던 게 죄”라면서 “기본적으로 책임질 부분은 책임지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뇌물공여 혐의에 대해선 “대가를 바라고 한 것이 아니다”라는 취지로 억울해했다고 한다.

김윤수 ys@donga.com·이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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