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연기시킨 포항 지진]내진설계 시험장 4곳뿐
이런 곳에서 어떻게 수능을… 경북 포항 지진 이틀째인 16일 대한적십자사 재난안전국 직원들이 대학수학능력시험 고사장인 포항고의 갈라진 건물 외벽을 점검하고 있다(왼쪽 사진). 같은 날 수능 고사장인 북구 대동고에서는 무너진 건물 잔해가 그대로 방치돼 있다. 포항=뉴스1·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 포항 수능시험장 내진설계 4곳뿐
이날 동아일보 확인 결과 포항에서 수능시험장으로 지정된 14개 고교 건물 가운데 확인되지 않은 영덕고를 제외하면 내진설계가 된 곳은 4개교뿐이었다. 1988년부터 3층 이상이나 연면적 500m² 이상 건축물에는 내진설계를 적용하도록 했다. 하지만 멀게는 45년 전에 지은 건물이다 보니 이에 해당되지 않았다.
내진설계가 된 학교는 피해가 적었다. 2004년 지어진 포항 장성고와 두호고 건물은 외벽 타일이나 복도 내벽에 잔금이 간 것 말고는 별 피해가 없었다. 두호고 관계자는 “다른 학교에 비해 피해가 크지 않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경북도교육청은 이들 14개 고교에 대해 긴급 안전점검을 실시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지진을 계기로 내진설계를 제대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엉터리 내진설계로는 규모 7.0이 넘는 대형 지진을 견딜 수 없다는 얘기다. 홍갑표 연세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6층 이하 건물은 건축공학 지식이 부족한 건축사가 내진설계를 할 수 있다. 구조기술사가 내진설계와 시공에 참여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 가시지 않는 불안감
포항에서는 지금이라도 수능시험장을 내진설계가 된 학교로 옮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날도 최대 규모 3.6의 여진이 계속돼 수험생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건물 안팎에 균열이 생긴 고사장에서 시험을 잘 치를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많다. 수능시험장인 한 고교 교감은 “도저히 우리 학교에서는 치를 수 없어 인근 내진설계 된 학교를 수소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도 “고사장 이전을 검토하라”고 말했다. 포항 지역 고교 교장과 학부모들은 이날 오후 경북도포항교육지원청을 찾아 시험장 이전 여부를 논의했다. 이르면 17일 결론을 내려 도교육청에 이전을 공식 건의하기로 했다.
전날 많은 수험생은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대피소나 차에서 잠을 자기도 했다. 충격을 받아 밥을 제대로 못 먹거나 벌써부터 재수를 걱정하는 수험생도 있다. 일부 수험생은 대피소도 믿을 수 없다며 자동차 안에서 공부했다. 포항여고 3학년 김민정 양(18)은 “잠을 3시간도 못 잤다. 지진이 또 일어날까 무서워 책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