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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만들고 활용…‘개척하는 지성’ 돼야”

입력 | 2017-11-17 03:00:00

염재호 高大총장 연세대서 특강
5월 김용학 延大총장 이어 교차강연
“취업난, 20세기방식으론 못풀어… 토론 통해 자기생각 적극 표현해야”




염재호 고려대 총장이 16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백양관 대강당에서 ‘개척하는 지성’을 주제로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염 총장은 이날 “로또에 당첨되려면 로또부터 사라”며 무엇이든지 일단 ‘하라’고 강조했다. 고려대 제공

“엄마 말 절대 듣지 마세요.”

염재호 고려대 총장이 이렇게 말하자 강당을 가득 메운 연세대생 530여 명이 폭소를 터뜨렸다. 반항하라는 말은 아니었다. 염 총장은 “자격증 따야 먹고살고 대기업 가야 성공한다는 엄마세대 말은 20∼30년 전 대학 때 얘기다. 전혀 다른 세상을 살 여러분은 항상 개척하고 도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1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백양관 대강당에서 염 총장은 ‘21세기 대학교육의 미래: 개척하는 지성’을 주제로 특별강연을 했다. 고려대 총장이 연세대 강단에 선 것은 100년 명문 사학 라이벌인 두 대학 총장이 교차특강을 하자는 약속에 따른 것이다. 앞서 5월에는 김용학 연세대 총장이 고려대에서 특강했다.

이날 염 총장은 “연세대에 강의하러 온 것은 처음”이라며 특강을 시작했다. 핵심은 21세기 패러다임은 20세기와 다르니 무엇이든 ‘하라’는 것이었다. 머릿속에 생각만 가득 품지 말고 실행해야 성공이든 실패든 경험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 염 총장은 “하세요, 그냥. 로또에 당첨되려면 로또부터 사세요”라고도 했다.

취업난을 화두로 염 총장은 “대학에서는 수강생 배출만을 위해 수백 명 대형 강의를 하고, 학생도 대기업 취업을 목표로 학점 높이기에만 급급하다”며 “21세기를 사는 우리가 여전히 20세기 패러다임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1세기 패러다임의 하나로 ‘지식을 만드는 사람’을 제시했다. “애플 구글 같은 글로벌 기업은 20세기적 개념의 대기업이라기보다는 지식을 창출하고 활용할 줄 아는 기업입니다.” 대기업에 들어가기 위해 기존의 지식을 쌓기만 하는 스펙에 집중하기보다 자기 생각을 계발하고 새로운 지식을 창출해내려는 노력을 하라는 뜻이었다.

이를 위해 염 총장은 대학이 주입의 현장이 아니라 토론의 장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스마트폰 시대’ 대학생의 말투를 꼬집으며 “대부분 학생들이 표현할 때 ‘∼같은데요’라고 많이 한다. 자신이 없어 보인다. 개척정신을 갖고 자기 생각을 자신 있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염 총장은 이 같은 토론과 자기 계발에 몰두하도록 고려대에 컨테이너박스로 ‘파이빌’이라는 공간을 만들어 언제 어디서든 이곳에서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도록 했다고 소개했다.

염 총장은 “옛날처럼 똑똑한 양떼가 되지 말기를 바란다. 여러분은 다른 어느 세대보다 준비가 잘돼 있다. 잘할 수 있다”고 ‘아빠 미소’를 지으며 강의를 마쳤다. 이날 대강당 500석은 물론이고 계단까지 학생들로 꽉 찼다. 1시간 반의 특강이 끝나고 학생들은 염 총장과 ‘인증샷’을 찍기도 했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