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
온라인에서 낙태죄 검색 빈도도 최근에서야 급격히 높아졌다. 지난 3년간 낙태죄를 검색하는 빈도를 살펴보면 미미한 흐름이다가 올가을 들어 폭발적으로 늘어났음을 알 수 있다.
사람들의 인식이 변했다는 것은 헌법재판소에서 낙태죄 합헌 결정이 있던 2012년과 2017년의 낙태 관련 기사의 댓글에서도 확인이 된다. 얼핏 보면 비슷한 단어들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2012년에는 애, 아이, 살인 등 태아의 생명권과 관련된 단어들이 상대적으로 상위에 올라 있다. 또 피임, 피임약, 콘돔, 책임 등 사전에 대비해야 하고 낙태를 하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의 단어들이 더 눈에 띈다. 하지만 2017년 댓글을 보면 생명과 책임 등의 단어도 적지 않지만 낙태죄, 폐지, 인권 등 낙태 허용 쪽에 가까운 단어들이 상위권에 진입해 있음을 볼 수 있다.
이런 온라인상에서 확인할 수 있는 인식변화는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난다. 최근 한 조사에서는 낙태죄 폐지 찬성 여론이 51.9%로 폐지 반대 36.2%보다 높게 나왔다. 남성에서는 오차범위 내에서 팽팽했지만 여성에서 찬성 응답이 상당히 높은 편이었다.
답을 내놓아야 하는 청와대로서는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비록 인식의 변화가 나타났지만 가치의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에 양단간에 결론을 내기가 쉽지는 않아 보인다. 자칫 생명을 경시한다는 지적에 노출될 수도 있고, 또 종교계의 반발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재심리에 들어간 헌재의 고민도 깊을 것이다.
지금의 분위기라면 낙태 이슈가 서구처럼 이념적 쟁점이 될 가능성도 커 보인다.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선택권이라는 가치가 대립되는 문제에 청와대와 헌재는 과연 솔로몬의 결정을 내릴 수 있을지.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