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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포항 지진으로 기둥이 부서진 필로티 구조 건물.
경북 포항에서 15일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해 학교 건물을 비롯해 다세대주택 등 수많은 건물들이 큰 피해를 입으면서 시민들의 지진 공포 확산과 함께 내진설계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이태형 건국대학교 인프라시스템공학과 교수는 “현재 설계기준 자체는 문제가 없다. 지금 제시되어 있는 건축구조기준에 맞춰 설계를 한다면 지진이 와도 건축물 규모와 상관없이 문제가 없다”고 전했다.
한국 지진공학회 회원인 이 교수는 1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저희의 (내진설계) 기준 자체는 선진국 수준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그대로 설계하고 시공하면 문제가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와 관련 이 교수는 현재와 같은 강화된 내진설계 기준 자체가 적용되기 이전에 지어진 건물들에 의한 결과라며 “(이미 기존에 지어진 건물들은) 내진보강이라는 것을 해야된다”며 “내진 성능을 평가해서 지금 기준보다 모자라는 것들을 파악해 그 부분을 보완해 줄 수 있는 보강공사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보강공사에 대한) 기술과 연구가 많이 돼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학교 건물 같은 것들은 내진 보강공사를 꽤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포항 지진 당시 포항시 북구에 위치한 한동대학교에서 건물 벽이 무너져 학생들이 다급하게 뛰쳐나오는 모습이 공개돼 특히 학교 건물의 내진설계에 대한 문제가 지적되기도 했다.
이 교수는 “전국적으로 20% 정도가 내진설계가 돼 있고, 학교 건물만 보면 약 25%가 내진율을 보유하고 있다”며 “저희가 학교 건물에 집중하는 이유는 어린 아이들, 학생들은 우선적으로 보호해야 되는 대상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미국, 일본 같은 데서는 학교 건물이 대피소로 쓰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학교 건물과 함께 문제가 된 필로티 구조(1층에 벽면 없이 기둥만 세운 건물) 건물과 관련해서도 “필로티는 내진설계에 있어 취약한 구조 형식에 속한다”며 “우리가 봐도 하체가 좀 부실해 보이는 그런 형식의 구조이기 때문에 지진에 취약하다”고 밝혔다.
현재 강화된 내진설계 기준에 따라 필로티 구조와 같이 지진에 취약한 구조의 건물을 짓는 것을 제한해야 되지 않냐는 물음에는 “우선적으로 필로티는 좀 피하도록 하는게 좋다”면서도 “피하는게 좋긴 하지만 기둥 보강을 잘 하거나 설계를 제대로 하면 사용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전했다.
이어 “똑같은 필로티 건물인데도 (지진 발생 시) 멀쩡한 구조물이 있더라”며 “기둥의 사이즈, 기둥 안의 철근 배치 등 내진설계 기준을 잘 따르면 멀쩡하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이 교수는 내진설계 기준에 따라 건물을 지었다면 이번 지진피해가 이 정도로 심각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내진설계가 그대로 시공이 잘 될 수 있는 절차, 검증하는 제도 이런 것들을 마련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김혜란 동아닷컴 기자 lastleas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