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재준 이병기 전 국가정보원장이 어제 새벽 구속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40억 원이 넘는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상납한 혐의다. 함께 영장이 청구된 이병호 전 원장은 간신히 구속은 면했다. 같은 정부의 국정원장 3명 전원이 검찰 수사를 받는 것은 세계 정보기관 역사상 처음이다. 정말 낯 뜨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포승줄에 묶인 전 국정원장들의 모습은 낯설지 않다. 이명박 정부에서 4년간 국정원장을 지낸 원세훈 전 원장은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복역 중이고, 김대중 정부 임동원 신건 전 원장은 불법 감청으로 구속됐다. 김영삼 정부의 권영해 전 안기부장은 총풍(銃風), 북풍(北風) 등 공안사건 조작과 대선자금 불법 모금으로 기소만 4차례 당했다. 김영삼 정부 때부터 국정원장 14명 가운데 11명이 퇴임 후 검찰 수사를 받았다.
정보기관 수난사의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 대체로 권력 핵심인 수장(首長)에 측근을 앉힌 탓이다. 정보기관을 국가안보가 아니라 정권 안보를 위해 써먹은 예가 많다. 이종찬 전 국정원장은 “정보 사용자인 대통령이 국정원을 사유화해 타락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제도가 아니라 운영의 문제라는 지적이다. 문재인 대통령부터 정보기관이 ‘국가안보’에만 충실할 수 있도록 믿고 맡겨야 한다. 국정원 개혁발전위는 이름부터 바꾸겠다고 했다. 1961년 5·16군사정변 직후 중앙정보부로 출범한 뒤 1981년 국가안전기획부, 1999년 국가정보원으로 이름을 바꿨다. 그러나 ‘간판’만 바꿔봐야 스스로 뼈를 깎는 노력 없인 소용이 없다는 점을 역사가 말한다.
분단국가에서 강한 정보기관은 필수적이다. 미국 영국도 국익을 보호하고 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 정보기관을 운영한다. 미국은 해외 전담 중앙정보국(CIA)과 국내 방첩 연방수사국(FBI)을, 영국은 국내 MI5와 해외 전담 MI6를 뒀다. 대통령부터 여야까지 머리를 맞대 국정원 개혁과 쇄신에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 그 방향은 대북 정보와 방첩에 신속 정확하고 강력한 정보기관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