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피해 고교’ 전문가 점검해보니
17일 경북 포항시 북구 대동고에서 김성호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부회장이 동아일보 취재팀과 이 지역 대학수학능력시험장의 안전 실태를 긴급 점검하고 있다(왼쪽 사진). 이날 포항시립도서관 수험생 전용학습실에서 학생들이 엿새 남은 수능을 위해 공부하고 있다. 포항=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김성호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부회장(57)이 안도의 한숨을 쉬며 말했다. 17일 오후 경북 포항시 북구 대동고등학교를 찾은 김 부회장 앞에 부서진 붉은 벽돌 수천 개가 흩어져 있었다. 건축구조기술사인 그는 내진설계 전문가다. 이날 김 부회장은 동아일보 취재팀과 함께 포항 지역 고교를 긴급 점검했다.
예정대로라면 16일 대동고에서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졌다. 이곳은 포항 지역에서 수능시험장으로 지정된 14개 고교 중 한 곳이다. 그리고 지진 피해 상황이 가장 심각한 시험장이다. 대동고 별관 건물 4층 외벽에 붙어 있던 벽돌은 대부분 떨어졌다. ‘X’자 모양의 균열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본관 건물도 예외는 아니었다. 외벽은 큰 이상이 없어 보였지만 내부에서 여러 균열이 확인됐다. 학교 측은 문제가 생긴 건물에 안전띠를 설치하고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문제는 벽돌 등 건물 외벽에 있는 부착재다. 제대로 고정되지 않은 부착재들이 강한 진동이 닥치자 외벽에서 대부분 떨어져 내렸다. 무엇보다 지금 남아있는 부착재도 여진이 오면 추가로 떨어질 수 있다. 평소처럼 많은 학생과 교직원이 다니기에는 위험한 상황이다. 김 부회장은 “보통 학교 건물은 부착재로 벽돌을 쓴 경우가 많은데 고정이 제대로 된 것은 드물다. 붕괴 우려보다 이런 부착재로 인한 추가 피해가 우려되는 만큼 보강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교육부와 교육청, 교육시설재난공제회 합동점검 결과 시험장 14곳 중 10곳에서 균열 등 피해가 확인됐다. 다행히 일부 시험장의 균열은 경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적으로 9곳은 정상 이용이 가능한 상태로, 시험장 사용에 큰 문제가 없다는 중간 결론이 내려졌다. 다만 대동고와 포항고 포항여고 등 5곳은 여진이 발생하면 학생들이 다칠 수 있어 정밀점검이 진행될 예정이다.
경북도교육청이 지진 후 포항 지역 수험생 4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80% 이상이 “포항 지역에서 시험을 치르고 싶다”고 답했다. 여진에 대한 불안보다 정서적 안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시험장을 인근 지역이나 내진설계가 된 학교로 옮겨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김 부회장은 “건물 자체가 당장 붕괴하지는 않겠지만 놀란 수험생들이 과연 진정하고 시험을 치르겠느냐”고 말했다.
포항=황성호 hsh0330@donga.com·장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