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수의 거주 박물지/박철수 지음/384쪽·2만2000원/도서출판 집

1970년대 조성된 서울 강북구 미아임대아파트의 발코니 풍경. 도서출판 집 제공

이뿐만 아니다. 지금도 높은 집값을 자랑하는 서울 송파구 잠실 주공 5단지와 서울 서초구 반포 주공아파트에는 ‘식모방’이 있다. 부엌의 보조공간인 복도 측의 발코니와 식당 겸 부엌 혹은 창고로의 출입만을 보장하는 위치에 있다. 이 아파트들이 완공된 197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식모살이로 밥벌이를 하는 이들이 상당수였다. 약 2m²(약 0.6평)에 불과한 식모방을 보고 있노라면 오늘날 5m²(약 1.5평)의 작은 고시원에서 묵묵히 하루를 견디는 청년들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이 책은 우리나라 주거 문화의 변화상을 추적한다. 박물지라는 다소 도발적인 이름으로 제목을 달았지만 그에 어울릴 만큼 한국 주택 문화를 광범위하게 짚어낸다.
사는 곳의 풍경을 묘사한 각종 문학 작품으로 매 책장을 시작하는 구성 역시 몰입을 돕는다. 우리 주변의 풍경에 관심 있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