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기자 현빈은 잠시도 쉬지 않고 작품에서 자신을 채워 나간다. 지칠 법도 하지만 새롭고 신선함을 찾는 것에 만족하며 오늘도 내달린다. 사진제공|쇼박스
연기는 늘 힘들죠…한때 메시지·여운에 집착
관두고 싶을 때도…그래도 잘 버텨온 것 같아
내 이야기? 관객들 호기심 떨어질까봐 안 해
관두고 싶을 때도…그래도 잘 버텨온 것 같아
내 이야기? 관객들 호기심 떨어질까봐 안 해
연기자 현빈(35)의 영화 필모그래피만 들여다보면 한동안 그는 “메시지와 여운이 남는 작품”에만 힘을 기울인 듯 보인다. 2010년 ‘만추’, 2011년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그리고 2014년 ‘역린’ 등이 그렇다. 대신 안방극장 안에서 그는 무언가 아픔을 지닌 채 이를 숨기기 위해 거만해지지만 또 그만큼 달콤한 이미지로 대중에게 다가갔다. 좀 더 가벼운 행보로만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또 다른 무대에서는 그만한 무게를 채워갔던 셈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 무게를 좀 더 비워내는 듯 보인다. 올해 초 ‘공조’의 흥행 이후 22일 개봉하는 ‘꾼’과 현재 촬영 중인 영화 ‘창궐’, 그리고 작업을 이어갈 ‘협상’ 등 최근 1∼2년 사이 그의 행보는 분명 상업적이다. 안방극장의 로맨틱 코미디 혹은 로맨스 드라마와는 조금 다른 차원에서 그는 대중을 향해 한 발짝 한 발짝 큰 걸음을 내딛는 듯하다.
그러고 보니 “메시지와 여운”에 무게를 실었던 때도 20대 때였다. 어쩌면 한 살 두 살 나이가 들어가면서 더 넓은 시선을 갖게 된 건 아닐까.
생각해보면 쉴 틈 없는 행보다. 잠시도 쉬지 않고 잇따라 카메라 앞에 나서는 사이 지칠 법도 하지만 그는 오히려 새로움에 더 만족하고 있었다. “지금이 괜찮은 것 같다”며 끊임없이 내달리고 있는 자신의 걸음걸이에 힘을 불어넣고 있다.
이번에는 유지태, 배성우, 박성웅, 나나, 안세하 등 각 인물들이 뚜렷한 캐릭터를 갖는 ‘멀티 캐스팅’ 영화 ‘꾼’(감독 장창원·제작 영화사 두둥)이다. 희대의 사기꾼을 잡으려는 검사(유지태)와 손잡은 또 다른 사기꾼이 현빈의 몫이다. 팀을 이루는 지능적 플레이로 범죄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케이퍼무비’가 신선한 건 아니지만, 캐릭터 하나하나에 무게를 싣고 그들의 조합과 어우러짐에 한껏 기대는 신선함을, 현빈은 택했다.
연기자 현빈. 사진제공|쇼박스
하지만 실제 일상에서 현빈은 홀로 묵묵히 자신을 바라볼 때가 더 많다고 말한다.
“나를 잘 드러내는 편이 되지 못한다. 그래서 개인적인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다. 오히려 남의 말을 듣는 걸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주변에 선배들이 많아 그들의 도움을 받을 때도 있지만 혼자 해결할 수 있는 건 그러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무던한 성격을 고스란히 담아낸 말이다. 15년차 연기자의 짧지도, 길지도 않은 경력에서도 무던함은 작은 힘이 되어 주었나보다. “고교 시절 꿈을 정해서 그걸 직업으로 삼아 잘 가고 있다는 건 축복이다”고 전제한 그는 “연기는 늘 힘들다. 또 직업의 특성도 그렇다. 하지만 큰 무리 없이 잘 버텨온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어려움도 없지 않아서 “꽤 오래 전에 이 직업을 버리고도 싶었”던 때도 있었다. 그래도 그때의 고민이 “그냥 그 나이 때(20대 초반)에 하는 것”이라며 자신만이 특별한 힘겨움으로 고생한 건 아니라는 투로 웃는다.
같은 일을 하는 사람과 세상 다 아는 연애를 이어가면서도 그런 알려짐에 대한 불편함도 크게 느끼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굳이 나에 대해 많은 걸 알려야 할 이유는 없다”며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 단호함도, 그는 내보였다. 그는 “연기자에 대해 시청자나 관객이 많은 걸 알고 있을 때 오히려 호기심이 떨어질 것”이라며 온전히 작품으로 자신을 드러내 보이길 원하고 있었다.
연기자의 그런 생각을 존중하고 지켜주고자 노력하는 것도 의미가 있으리라는 생각, 그래서 시청자와 관객이 이 연기자의 모습을 늘 새롭게 느끼도록 해줄 의무도 있다는 생각이 슬며시 파고들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