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强震 파장]
땅 위로 솟은 샌드-머드 볼케이노 지질 전문가들이 19일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흥안리 논에서 지진 이후 땅이 물렁해지는 ‘액상화’ 현상을 조사하고 있다. 액상화가 진행되면 지반 침하가 가속화될 수 있다. 도심에 있는 포항고교 운동장에서도 액상화 현상이 발견돼 정밀 조사가 진행 중이다(왼쪽 작은사진). 포항=박경모 기자 momo@donga.com·손문 부산대 지질환경학과 교수 연구팀 제공
행정안전부 활성단층조사단 소속 손문 부산대 지질환경학과 교수 연구팀은 19일 동아일보에 포항고와 창포중학교 등 일부 학교 운동장에서 물이 솟아 흙이 봉긋하게 올라오는 ‘샌드·머드 볼케이노(모래·진흙 분출구)’ 추정 현상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이 지진 다음 날인 16일 찍은 사진을 보면 운동장의 일부 흙이 봉긋 올라 있고 주변으로 물이 흐른 흔적이 보인다. 이런 분출구는 액상화의 대표적 증표다. 연구팀 관계자는 “진앙으로부터 다소 거리가 있고 (분출구의) 규모가 작아 지하 상태를 추가로 분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 포항 지역 200여 곳 액상화 관측
액상화가 발견된 지역은 대부분 농지다. 요양병원과 도로, 주택가 등 일부 도심 지역에서도 발견됐지만 도심 지역은 콘크리트로 덮여 있어 농지처럼 즉각 액상화를 확인하기가 어렵다. 이런 가운데 진앙에서 7∼8km 떨어진 학교 운동장에서 액상화 추정 현상이 나타난 것은 이례적이다. 손 교수는 “진앙에서 13km가량 떨어진 곳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관측됐다는 제보가 있어 20일 현장 조사에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포항은 신생대 3기(마이오세) 때 동해에 가라앉아 퇴적층을 형성했다가 1200만 년 전 양산단층을 따라 다시 융기한 비교적 신생지층으로 구성돼 있다. 지층의 암편(얇게 자른 암석)은 손으로 누르면 부스러질 정도로 약하다. 또 포항 지역은 지하수가 많고 그 깊이도 얕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액상화로 인한 지반 침하의 위험성이 다른 지역보다 큰 셈이다. 도심 지역에서도 액상화 현상이 관측됐다면 그만큼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지진 직후 나타난 지표 균열이 액상화에 의한 것인지도 정밀 분석이 요구된다. 활성단층조사단 총괄팀장을 맡고 있는 김영석 부경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액상화가 진행되면 땅이 팽창해 2차적으로 균열이 일어나는데 지진에 의한 1차 피해인지, 액상화로 인한 2차 피해인지 추가 조사를 해야 정확히 알 수 있다”며 “지진에 의한 파열이라면 인근 단층과 지표 성향을 알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고 설명했다.
○ 지진 원인 두고 오락가락한 기상청
하지만 일부 지질 전문가들은 “지진 직후 나온 단층면 분석 결과를 보면 누가 봐도 역단층 지진”이라며 기상청의 해명을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단층 전문가는 “지진 계측과 방재 업무를 맡고 있는 기상청에는 지질·단층 전문가가 없다”며 “정확한 분석 없이 지진 원인을 발표해 괜한 혼선을 야기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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