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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순병사, 과다출혈로 간수치 높아져… 패혈증이 회복 관건”

입력 | 2017-11-20 03:00:00

[北병사 JSA 귀순]전문가들이 보는 환자 상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귀순하다가 총상을 입은 채 병원에서 사경을 헤매고 있는 북한 병사에게서 기생충 수십 마리가 나온 데 이어 이 병사가 B형 간염, 폐렴, 패혈증 증세를 보이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회복 여부에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B형 간염은 B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발생하는 간의 염증성 질환이다. 이로 인해 귀순 병사의 간 효소 수치가 매우 높은 상황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귀순 병사의 높은 간 수치가 B형 간염 탓만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전반적인 영양실조에 다량의 출혈로 인한 대량 수혈이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다. 초기 수술 시 의료진 20여 명은 귀순 병사가 B형 간염에 걸린 사실을 모르고 투입된 만큼 의료진의 건강 검진도 필요한 실정이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한광협 소화기내과 교수는 “기생충 감염으로 영양부족이 나타났을 테고, 출혈이 심하면 간에 일시적인 허혈성 장기 손상이 오는 만큼 이로 인한 간 수치 증가 가능성이 높다”며 “B형 간염 치료보다 환자의 상태를 최대한 안정시키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환자에게 온 폐렴도 계속 지켜봐야 한다. 일단 총상으로 생긴 일시적인 폐렴인 데다 젊기 때문에 회복력이 높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기대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김승준 교수는 “많은 수혈을 받다 보면 폐 손상으로 폐부종 및 폐렴 증상이 오기 쉽다”며 “항생제를 적절히 투여하고 수액을 조절하면 폐렴 치료는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대개 폐렴은 1, 2주 정도 지나면 몸의 상태에 따라 회복 여부가 결정된다.

귀순 병사가 앓고 있는 패혈증은 회복 여부의 핵심 관건이다. 패혈증은 세균에 감염돼 발열, 빠른 맥박, 호흡수 증가, 백혈구 수 증가 또는 감소 등 전신에 걸쳐 염증 반응이 나타나는 상태이다. 패혈증이 악화돼 쇼크가 일어나면 치사율이 30%까지 치솟는다. 최근 가수 최시원 씨의 개에게 물려 갑자기 사망한 한일관 대표 김모 씨의 사망 원인이 패혈증이었다.

귀순 병사가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경기 수원시 아주대병원 관계자는 “이미 급한 불은 끈 상황이기 때문에 패혈증으로 인한 쇼크가 올 가능성은 낮다”면서 “하지만 언제든 상태가 악화될 수 있는 만큼 계속 면밀하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손상 부위를 한꺼번에 수술하지 않고 출혈 감염 등 생명과 관련된 부위를 우선 수술하는 이른바 ‘대미지 컨트롤(damage control)’ 순서상 귀순 병사의 기생충 감염 치료는 시급한 상태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1, 2차 수술 때 이은 혈관과 내장이 얼마나 빨리 회복될지, 환자가 인공호흡기를 떼고 자발 호흡을 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전망했다.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는 경계가 한층 삼엄해졌다. 19일 지상 1층과 지하 1층의 출입구는 보안 인가를 받은 사람만 접근할 수 있도록 문이 잠겨 있었다. 외상센터 내 중환자실로 통하는 길목은 군인으로 보이는 사복 차림의 경호원 두 명이 지키고 있었다. 병원 관계자는 “미군도 검문을 받은 뒤 들어가야 한다”며 “귀순 병사의 병상 옆은 군과 국가정보원 소속 경호원이 항상 지키고 있다”고 전했다.

귀순 병사의 주치의인 아주대병원 이국종 외과 교수는 22일경 환자 상태에 대해 공식 브리핑을 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19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교수는 병사 개인정보 노출 논란에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환자를 살리기 위해 (귀순 병사가) B형 간염 감염자임에도 변과 기생충을 그대로 만져야 했다”며 “그런데도 일부에선 ‘환자 정보를 공개했다’ ‘환자의 인권을 침해했다’며 비판을 하고 있어 마음이 아프다. 사전에 (관계 당국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 공개한 것인데도 욕을 먹으니 욕먹을 팔자인가 보다”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의료계에선 귀순 병사를 치료한 아주대병원처럼 권역외상센터를 늘리고 의료 인력을 확충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다. 권역외상센터는 외상외과, 신경외과, 응급의학과 등으로 구성된 전문 외상팀이 항시 대기하다가 생명이 위독한 외상환자를 빠르게 집중 치료하는 시스템이다. 현재 운영 중인 외상센터는 전국에 9곳뿐이어서 중증 외상환자가 일반 응급실을 찾았다가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쳐 숨지는 일이 적지 않다.

수원=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조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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