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형권 경제부 차장
포항 지역 지진으로 2018학년도 수능이 16일에서 23일로 연기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뒤 온 국민이 ‘기도하는 어머니’ 마음일 것이다. ‘여진 피해 없이, 다른 불상사 없이 연기된 수능이 안전하고 공정하게 치러질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문재인 대통령이 “정부의 결정을 흔쾌히 수용하고 동의해 주고, 포항과 그 지역 수험생의 아픔을 함께 감당해 주신” 국민에게 감사의 뜻을 표명했다. 정부의 선의(善意)에 우리 착한 국민들이 화답한 셈이다.
그러나 정부가 이런 착한 장면에 취해 수능의 본질적 구조적 취약성을 외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수능은 60만 명 안팎의 수험생이 전국 고사장에 흩어져 앉아 같은 시험지로 평가받는 구조다. 더군다나 그 기회는 초중고교 학창생활 중 단 1회뿐이다. 지진 같은 자연재해뿐만 아니라 시험지 분실이나 도난 같은 인재(人災)에도 속수무책이다. 아주 특별하고 거대한 리스크(위험)를 안고 있는 셈이다.
미국 입시제도가 절대선일 수 없다. 모든 토대가 다른 한국이 그대로 따를 수도 없다. 다만 한국적 특수성이 반영된 수능을 앞으로도 유지할 수밖에 없다면 그 리스크에 대한 대비와 관리가 철저해야 한다.
글로벌 기업뿐만 아니라 어지간한 규모의 국내 회사에도 ‘업무연속성계획(BCP·Business Continuity Plan)’이 있다. 테러나 자연재해 같은 비상상황 속에서도 업무가 빠르게 재개될 수 있도록 BCP 모의훈련도 실시한다. 기자가 만난 기업 BCP 관계자들은 이렇게 제언한다.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해당 지역 수험생과 보호자를 인근 안전지대의 공공기관 연수원 같은 곳으로 수송해 시험을 볼 수 있게 하는 비상계획이 촘촘히 마련돼야 할 것 같아요.”
“기존 A시험지가 도난당하거나 유출되면 준비해둔 ‘비상 B시험지’를 각 고사장에 배포할 수 있는 시스템도 필요할 것 같아요.”
부형권 경제부 차장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