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정훈 출판평론가
“김기림은 오늘 우리가 느끼는 가난 가운데 ‘과학의 가난’이 제일 불행했다고 단언하고, 새 나라 건설의 구상은 과학의 급속한 발달과 계몽을 한 필수 사항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외쳤지요. 과학사상, 과학적 정신, 과학적 태도, 과학적 사고방법의 계몽이야말로 새 나라의 노래이어야 했던 것이지요.”
일제강점기에도 과학 계몽을 위한 노력은 꾸준했다. 1924년 10월 창립된 최초의 과학진흥단체인 발명학회는 1933년 6월 최초의 과학종합잡지 ‘과학조선’을 창간했다. 1929년 6월 연희전문학교 연희수리연구회가 창간한 학술지 ‘과학’은, ‘일반사회가 과학을 이해하고 과학에 대한 친(親)함이 자라도록 한다’는 목표를 창간사에서 밝혔다.
첫 과학교양서 베스트셀러는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다. 1981년 문화서적과 일월서각에서 번역서가 나와 그해 대형서점 종합 베스트셀러 12위에 올랐다. 2004년에 저작권 계약에 따라 사이언스북스에서 홍승수 교수(서울대 물리천문학부)의 번역으로 나와 30만 부 이상 판매되었다. 우리나라 저자로는 물리학자 김제완의 ‘겨우 존재하는 것들’(1993년)이 큰 주목을 받으며 스테디셀러가 되었다.
칼 세이건, 리처드 도킨스, 올리버 색스, 헨리 페트로스키, 야마모토 요시타카 등 탁월한 과학기술 분야 저술가들이 많다. 그 반열에 오를 만한 우리나라 저술가들이 나오려면 과학기술을 둘러싼 사회·문화 조건이 성숙되어야 한다. 과학기술도 하나의 문화이며 실험실 바깥 사회 배경과 불가분이기 때문이다.
표정훈 출판평론가